영화 '친구'를 보면 교복의 목단추를 두어개 풀고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남학생들이 가짜 버스표로 차장을 골탕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종이버스표가 있던 시절의 추억(?)이 어디 이뿐이랴.차장이 사라지고 요금통이 생겼을 즈음엔 반으로 자른 버스표를 돌돌 말아 집어넣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서울엔 1977년 12월부터 토큰이 등장했다. 황동색 토큰 1개 값은 30원.67년 3원 하던 버스표값이 10배로 오른 셈.97년엔 구리색이 나왔다. 버스요금이 올라도 기존 토큰이 통용되는 걸 막기 위해 색깔을 바꾼 셈.그것도 불과 2년.99년 10월부터 토큰제는 폐지되고 버스카드와 현금만 쓰이게 됐다.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가 나오더니 7월부터는 'T-money'가 나온다는 소식이다. T는 교통(Transportation) 접촉(Touch) 통합(Total) 최고(Top)의 첫글자.중앙처리장치(CPU)가 내장된 IC칩 형태로 기존 교통카드처럼 신용카드와 손목시계에 내장하거나 휴대폰에 넣어 사용할 수 있는 신형 결제 수단이다. 서울시 산하의 한국스마트카드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장차 택시요금도 계산하고 혼잡통행료,주차료,유료도로 사용료,공원 입장료 및 전자상거래 결제 등도 가능하리라는 설명이다. 7월부터는 또 이걸 써야 간·지선 버스제에 따른 환승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카드 하나로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하고,버스나 지하철을 갈아탈 때 추가요금을 부담하지 않으면 편한 점도 있을 것이다. 유통업체 등과 제휴,포인트나 고객사은품 등을 T-money 마일리지로 바꿔줄지 모른다는 것도 솔깃하게 들린다. 그러나 신용카드사 위주의 제휴카드 발급은 자칫 카드발급이 어려운 서민들의 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현금으로 계산하면 더 내야 하고,갈아탈 때 할인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카드나 기계 사용에 서투른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이중부담을 안길 수 있다. 의도가 그럴 듯해도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면 시도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T-money가 버스회사의 수익성 확보 도구로만 쓰이지 않도록 섬세한 보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