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폐막된 제3차 6자회담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돼 1주일 동안 사실상 밤낮없이 진행된 마라톤 회의였다. 이번 회담은 전반적으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시작됐지만 참가국의 공동입장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등 작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가 나왔다. 주요 당사자인 북-미 양국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부각은 되지 않았지만 한-중 양국의 노력 또한 적지 않았다. 회담 기간에 한국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북-미 양측을 오가며 나름대로 중재역할도 하고, 6개국 회의에서도 아주 능동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3차 본회담 공식 개막식에서 중국측이 전혀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23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첫 전체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이 기조연설을 통해 각각 구체적인 핵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자, 중국측 사회자가 오후 6시30분으로 예정된 왕 이(王 毅) 부부장 주최 환영리셉션을 이유로 회의를 마치려고 했던 것. 그 때 이수혁 한국측 수석대표가 손을 들고 "왜 지금 회의를 마치려고 하느냐.다른 나라의 기조연설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서자, 이 사회자는 "오늘은 환영 리셉션이 예정돼 있어 시간이 없다. 모두 합의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이 수석대표는 "리셉션 시간을 다소 늦추더라도 다른 나라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을 다 들었으면 좋겠고, 다른 분들이 괜찮다면 저만큼은 오늘 기조연설을 하고 싶다"고 어필해 결국 `15분'을 약속하고 기조연설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날 전체회의가 순차통역으로 이뤄지게 돼있는 데다 한국측 기조연설문이 8쪽이나 되어 이 차관보는 즉석에서 한국의 구체안에 관한 요점만을 빠른 속도로읽어 나갔으며, 그 바람에 통역이 땀을 뻘뻘 흘렸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자가 최소한 `리셉션이 예정돼 있으니 지금 끝내도 되지 않겠느냐'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프닝으로 리셉션은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7시께부터 댜오위타이(釣魚臺) 15호각 뒤뜰인 단루어위엔(丹若園)에서 열렸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冠) 외무성 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특히 남측 수석대표인 이 차관보의 손을 잡고 걷기도 하는 등 상당히 친밀감을 표시했다는 후문. 특히 다소 불안한 심정으로 베이징에 왔던 김 부상은 본회담 첫 날인 23일 전체회의에서 미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미국의 구체안을 제시하자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며 남측의 역할에 고마워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데 남측이 적극적 역할을 했다고 북측이 생각한 것 같다"며 "상당히 고마워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안은 한국이 제시한 안을 토대로 자국의 구상에 따라 단기간에 `첨 삭'을 거쳐 이뤄졌다는 것은 미측 대표단 관계자들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번에 미국이 자국의 구체안을 내놓은 데는 지난 5월 탄핵 기각 직후 노무현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의 `진지한 해결'을 약속한 이후 1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통령 특사로 워싱턴D.C.를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조율한 데 이어, 이 차관보가 13∼14일 워싱턴D.C. 한.미.일 3자협의에서 상당한 의견조율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인사가 워싱턴 한국 특파원간담회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국이 제시한 북핵 3단계 해결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미국안이 부시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은 사실을 우리 정부는 지난 19일미 국무부 고위인사가 걸어온 국제전화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이 고위인사는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낙관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해 제3차 6자회담을 며칠 앞두고 부시 행정부내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번에 북-미 양국이 처음으로 자국의 구상과 구체안을 제시, 6자회담을 실질적인 토의의 장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지만 협상을 진척시킬 만한 재량은 없었다는 후문. 그런 탓인지 켈리 차관보는 회의에서 상당히 말을 아꼈으며 굳이 북한의 안에 관해 거의 질문하지도 않았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 25일 주중 미대사관에서 비공개 브리핑에서 미 대표단 고위인사는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아니 우리는 처음부터 돌파구가 생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구체안 제시 외에는 미국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분위기가 어색하게 흐르자 주로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 차관보가 북측 방안 가운데 모호하거나 의심나는 대목을 꼬치 꼬치 캐묻는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이번에 구체안을 가지고 온 것 말고는 본국에서 협상의 재량권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23일 오전 남북 양자협의를 포함해 회담 기간에 김 부상과 여러 번 접촉한 이 차관보는 지난 1년 사이에 미국이 얼마나 바뀌었는 지에 관해 3∼4 가지 항목을 들어 직접 설명해주고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주문했다고 한다. 한편 김 부상은 3차 회담을 모두 마친 뒤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9월에 다시 만납시다"라고 인사한 뒤 26일 오전 11시 30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떠났다. (베이징=연합뉴스) 이 유.인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