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크게 늘고 있지만 중국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각종 법률을 제정, 공포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국내와 판이한 법률, 토지 제도, 물류비체계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2000년부터 베이징에서 투자, 무역 컨설팅을 해온 한중우호컨설팅의 길태진 대표는 26일 "2000년말 기준으로 산둥성에만 9만9천47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했지만 이중 30%는 중국의 실정을 몰라 실패를 맛봤다"며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법이 우선' = 한국의 A사는 베이징의 한 회사와 각각 80:20의 비율로 500만달러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A회사는 투자액의 90%에 해당하는 첨단 설비를 베이징에 들여 왔지만 파트너의 준비 부족으로 2년이 지나도록 공장 운영을 하지 못했다. A사는 투자했던 설비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을 내려고 했지만 계약서에 명시했던 투자 설비 가격은 법적 효력이 없었고 형편없이 낮은 가격을 매기는 중국 상품검사국의 감정만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분쟁은 아직 해결이 나지 않았지만 중국의 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A회사가 계약서상의 설비 투자액을 돌려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높은 수수료의 토지 사용증= B사장은 ㎡평당 30위앤(한화 약 4천200원)이라는중국의 낮은 땅값에 현혹돼 3만평을 사들인 뒤 공장 건립에 들어 갔다. 하지만 토지구입계약서가 한국의 등기부등본과 같은 효력을 내기 위해서는 `토지사용증'이라는별도의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불안한 마음에 토지사용증을 신청했더니 수수료가 ㎡당 무려 100위앤이었다. 결국 A사장은 당초 계획보다 3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토지를 구입한 셈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공장부지에 50년의 사용권을 준다. B사장이 사용기간을 확실히 공증받았다면 토지사용증 수수료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었다. ◆무서운 `통행료'= 한국의 C회사는 중국 남부지방에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로 반입하려다 도시를 지날 때마다 내야 하는 통행료에 놀랐다. 중국의 고속도로 평균 통행료는 200㎞당 100위앤 꼴로 특히 중국의 광둥성 등남부지방은 도시 경계를 넘을 때마다 통행료를 받는 곳이 많다. C회사는 이 점을 파악 못하고 있다가 생각지도 않은 통행료 때문에 제품 물류비용이 오르게 돼 수익률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 ◆기타= 중국과의 합작은 외국기업이 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나 일정 이윤을 배분받는 식으로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중국 기업은 기술이 어느 정도 이전되는1년 뒤 쯤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다. 그 동안 발생한 이익은 회계보고서에서 매우 적은 것으로 작성하거나 적자로 표기하면 일정 이윤 보장은 무의미해지고 기술만 이전해주고 이익은 한푼도 돌려 받지 못한다. 이밖에도 중국 정부의 중.장기 토지 사용 계획을 따져보지 않고 계약했다가 공장부지가 하루 아침에 아파트부지로 변경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