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원용수 준위의 비밀수첩이 발견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우리사회의 병역비리 문제는 면제비리의 대부인 박노항 원사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의 아들'이나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유행어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군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가중됐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하반기 시리즈 2탄 (27일 오후 11시30분)을 통해 창군 이래 지난 50여년 간 만연됐던 군 병역비리를 파헤친다. 제작진은 '신의 아들'과의 전쟁이 어떠한 압력 속에서 굴절되는지를 수사 과정에 직접 참여한 수사팀과 군의관,병무브로커 등의 증언을 통해 밝힌다. 이와 함께 지난 반세기동안 병역비리가 '대리 신검'에서 '병무 브로커 시스템'으로까지 체계화되는 과정을 조명하고 이것이 여전히 한국의 지도층에는 진행형의 숙제임을 고발한다. 면제 판정의 최종 책임자인 징병검사 군의관들의 말에 따르면 면제를 받기 위해 드는 평균 비용은 대략 3천만원 정도지만 수요자의 신체 상태와 재산 정도에 따라 최고 억대까지 가기도 한다고 한다. CT 필름을 바꿔치는 '고전적인 수법'부터 한 쪽 눈만 라식수술을 해 부동시인 것처럼 꾸민 뒤 면제 판정을 받고 나서 다시 반대쪽을 수술하는 '교묘한 기법'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방법이 동원됐다고 이들은 전한다. 이러한 비리의 사슬을 끊기 위해 천용택 전 국방장관 등 군지휘부는 수사에 협조한 군의관들에게 면책을 약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면책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고 오히려 수사에 협조한 군의관들이 더 큰 처벌을 받는 기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당시 군사법원 재판장은 증언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