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공사중 도시'다. 파헤치고 묻고 또 파헤친다. 가뜩이나 길은 좁고 차는 많은데 툭하면 뜯어 놓으니 1년 3백65일 어디나 막힌다. 지하철공사가 끝나면,새 길이 생기면 좀 나아지려나 기대해봐도 끝나면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마침내 버스체계를 전면 개편,7월1일부터 간ㆍ지선 버스제를 도입하고 일부 구간에 버스중앙차로제를 실시한다고 나섰다. 간ㆍ지선 버스제란 버스를 광역ㆍ간선ㆍ지선ㆍ순환용으로 나눠 지하철이나 간선버스를 이용하려면 지선버스를 타고 나와 갈아타도록 하는 것이다. 버스색이 빨강 파랑 초록 노랑색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차로제는 1차로를 버스길로 쓰는 방법.버스와 구급차 소방차 외엔 못다니게 하는데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와 달리 차를 세워둘 수 없어 버스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는 게 서울시의 발표다. 이미 시행된 천호대로와 삼일로에서 검증됐다는 것.따라서 우선 강남대로,도봉ㆍ미아로,수색ㆍ성산로 등에 도입하고 계속 늘려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류장을 만들고 아스팔트를 붉은색으로 포장하는 공사.기간이 촉박해서였는지 공사구간 직전까지 아무 표시도 해놓지 않았다. 갑자기 차로가 없어지고 나타난 공사장 앞에서 능숙한 운전자도 차선 바꾸기가 쉽지 않거니와 초보운전자는 대책없다. 공사구간 곳곳에서 사고나고,일산에서 시청까지 3시간씩 걸린 사태가 괜히 생긴 게 아니었던 셈이다. 서울의 교통대란을 해소하자면 대중 교통수단 이용이 활발해져야 하고 그러자면 버스가 잘달려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부득이한 조치라도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고,공사구간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깃대라도 꽂아 표시해줘야 마땅하다. 승용차의 경우 중앙차로가 생기면 U턴은 할 수 없고 좌회전은 2차로에서 가능하다. 간ㆍ지선 버스제가 되면 한번만 타면 되던 구간을 갈아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광역 간선 지선에 따라 색깔과 번호체계가 달라 구분하기 쉽다지만 나이든 사람들이나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헷갈릴 게 뻔하다. 제아무리 좋은 제도도 홍보 없이 '일단 시행하면 알게 된다'거나 '조금 참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는 호응을 얻기 어렵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