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업상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경쟁사와의 계약을 규정에 맞춰 합법적으로 종료했다고 해도 경쟁사의 사업을 극도로 위축시킬 정도라면 이는 불공정 거래행위로 봐야 한다는 첫 헌재 판단이 나와 '반시장적 결정'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헌재결정은 경쟁사의 사업부문 일부 인수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적 부분M&A'의 형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4일 '현대오일뱅크가 본사와의 계약 갱신을 거절한 행위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인천정유가 낸 무혐의 처분취소 청구사건에서 "공정위는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인천정유가 내수판매의 55% 정도를 현대오일뱅크에 의존해왔다는 점,현대오일뱅크가 시장점유율 14.5%를 가진 업계 3위 업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양사의 판매계약이 없어질 경우 인천정유는 사실상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특정사업자의 거래기회를 배제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제1호의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현대오일뱅크가 이익을 증대시킬 이유가 절실했다고는 하나 일방적인 거래중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전고등법원에서는 인천정유가 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제기한 '대리점계약 존속확인'소송 항소심에서 대리점 계약을 존속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현대오일뱅크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놓고 법리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