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위성TV방송인 알자지라가 인질석방을 위한 창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납치된 인질들의 소식을 잇달아 신속하게 전할 뿐더러 석방을 요구하는 측도 알자지라를 협상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선일씨의 피랍도 알자지라를 통해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21일 김씨가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돼 살해위협을 받고 있는 장면을 내보냈다. 무장단체의 요구도 생생하게 들려줬다. 지난 4월 일본인 3명 피랍 등 최근 들어 일어난 무장단체에 의한 외국인 납치 및 살해위협 장면도,이의 석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한결같이 알자지라 전파를 탔다. 알자지라를 통해 '살고 싶다'는 김씨의 절규가 방송된 뒤 정문수 카타르주재 한국대사는 이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인 모두가 그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며 조기석방을 호소했다. 나시리야에 주둔 중인 이라크 한국군 지원단장인 박성우 대령도 "한국군은 이라크에 싸우러 온 게 아니라 협력하러 왔다"며 김씨의 석방을 호소했다. 김씨를 납치한 무장세력들의 최후통첩 시한이 끝나면서 지구촌 관심은 알자지라방송에 집중되고 있다. 석방의 소식도,불행한 뉴스도 이 곳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22일 오전 현재(현지시간) 김씨 피랍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입수된 소식은 없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가 지구촌 이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방송이 아랍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일본인 피랍자 3명이 풀려난 것도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이 '애끊는 호소'를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1996년 설립된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 CNN과 동일하게 24시간 뉴스를 전문으로 방송하고 있으며 아랍권 지역을 가시청권(시청자 약 3천5백만명)으로 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서방과 아랍권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9·11테러를 계기로 급부상한 알자지라가 '아랍권에 편향'됐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