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相生의 길' 찾는다] (6) '일자리 나누기ㆍ임금피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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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과 "일자리 만들기"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청년실업율은 7%를 웃돌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40만 넘으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각종 취업 박람회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도 미어 터진다.
일자리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면서 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춰오던 노동조합들이 이제는 고용안정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고용안정이 새삼 중요한 과제로 인식됨에 따라 영창악기 통일중공업처럼 임금을 양보하고 대신 고용보장을 얻어내는 '빅딜'이나 유한킴벌리식의 일자리 나누기,임금피크제 등이 노사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용안정이 노사관계 안정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교대근무 확대를 통한 '유한킴벌리식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피크제는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물론 노동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례로 풀무원은 지난 3월 유한킴벌리 뉴패러다임센터 등의 협조를 받아 제3두부 공장에 유한킴벌리식 4조2교대 근무체제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 3월 회사안에 일종의 태스크포스인 일자리 나누기 프로젝트팀을 신설했다.
도입시기는 7월1일.태스크포스의 주 업무는 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4조2교대 근무체제를 만드는 동시에 종업원 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첫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수없이 소개된 '유한킴벌리식 4조2교대 근무제'지만 종업원들은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특히 현장근로자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어려웠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해 불안감이 컸고 특히 전체 근로 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실질소득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했다.
회사측은 교대근무제 이후 도입되게 되는 교육을 시간으로 환산해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급여를 보전해 주기로 했고 또 이 제도의 도입으로 고용안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결국 근로자들의 공감과 협조를 얻어냈다.
풀무원의 한 근로자는 "고용이 안정되고 교육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이 새로운 근무제도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새로운 근무제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의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1개조가 추가투입되기 때문에 인건비가 1.65% 정도 증가,원가상승 요인이 생기지만 공장가동률이 높아지고 재교육 기회 확대를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2006년 7월까지 유한킴벌리식 교대근무제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전선이 지난해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도 고용안정과 이를 바탕으로한 노사안정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대한전선 노조는 회사의 영업실적이 악화돼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자 조합원들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제안했다.
대한전선은 주력인 전선부문 매출이 2001년 5천6백억원에서 2002년 4천7백억원,2003년 3천9백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하성임 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수주 물량이 1년에 20%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할 상황이었는데 마침 노조측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해와 노사화합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해주되 일정 연령이후에는 급여를 삭감하는 제도.정리해고와 같이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고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 상무는 "임금 피크제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15% 가량 줄어들었다"며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정리해고와 그에따른 노사충돌 없이 비용절감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수화하기는 어렵지만 종업원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냄으로써 생산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종업원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월급이 줄어드는데 마냥 좋기만 하겠습니까마는 요즘같은 '살벌한' 세상에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게 어디예요.
처음엔 반발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들 임금피크제를 고마운 제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초고압전선 사업부 김기현씨·43) 그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연봉이 12% 가량 깎였지만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외에 신용보증기금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부산항만공사 수출입은행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각각 자사의 형편에 맞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키로 확정한 상태다.
정부도 원가절감과 고용안정을 통해 노사가 상생할 수있는 제도로 보고,1백70개 공기업 및 산하단체에 대해 이 제도의 도입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총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현재 종업원 5천명 이상 기업 중 77.5%가 임금피크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