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을 앞둔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에 '대손충당금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올 상반기 결산부터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크게 강화해 금융권 전체로 충당금 부담이 2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회계담당자들은 오는 25일 은행연합회에서 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금융권별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공시한 '재무보고에 관한 실무의견서'를 통해 "올 상반기 결산부터 감독 규정에 따라 설정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과거 '경험손실률'을 통해 추정한 대손충당금 적립액보다 적을 때는 경험손실률에 따라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험손실률(롤 레이트)은 과거에 실제 대출금을 떼인 비율을 말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정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최소한의 대손충당금만을 쌓아 왔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번 조치로 앞으로는 '경험손실률'과 금감원 기준 비율중 높은 쪽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이 과거 경험상 고정이하 여신(이자 3~6개월 연체)중 실제 떼인 금액이 30%라면 현행 고정이하 여신 충당금 적립기준(20%)이 아닌 경험손실률 30%만큼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금융사들의 경험손실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금융사들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최소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환대출을 많이 취급한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의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금융사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