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나 수입에 비해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파산법상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내 신용불량자가 4백만명에 육박하면서 개인파산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를 보다 엄격히 해석, 가급적 파산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법원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16일 "카드를 지나치게 많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낭비를 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며 김모씨(36)가 낸 파산선고 불허가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면책을 허가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신용카드를 사용해 1억5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 채무는 개인적 낭비보다는 회사 대표로서 운영자금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많은 만큼 낭비행위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지난 96년 S정보통신에 입사했던 김씨는 이듬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1월까지 근무하면서 회사 운영자금과 직원급여 등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1억5천7백여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법원에 파산신청과 함께 면책 신청을 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