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작심'을 하고 최근의 현안에 대해 강도 높고 직설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전 미리 준비해온 메모지를 꺼내 행정수도 이전 논란, 대검 중수부 폐지논란과 이에 대한 송광수 검찰총장의 반발, 아파트 원가공개로 빚어진 당·청간 마찰 등 3대 현안에 대해 하나하나 입장을 설명했다. 표정도 단호했다. 행정수도 이전 부분에서는 "정부가 해야 될 일에 대해선 자리를 걸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표현이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기관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주목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국무회의 시작 전 쟁점이 되고 있는 몇가지 문제에 관해 대통령의 입장을 정리하고 시작하겠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또 변화가 필요한 그런 시대에 들어서 있다. 그런데 개혁과제에 대해 여론몰이식이나 투쟁으로 관철하려는 흐름이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분양가 공개 문제를 꺼내며 "대통령의 결정사항이 아니니 당ㆍ정이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고 책임도 지라"고 정리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층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 검토 등은) 정권적 차원의 개혁과제가 아니라 법무부-검찰 차원의 제도 개선과제로 검찰권 행사의 효율성에 관한 실무적 문제인데 총장이 너무 나갔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총장의 임기도 수사권 독립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부정책에 일방적으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한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기강이 바로 서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강조, 송 총장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단히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수도권 이전의 연원과 당위성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전 국무위원들에게 "각별한 각오를 가지고 대응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명운을 걸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국정현안을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국정 과제에 대한 정부의 추진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찮아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대통령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며 "무소불위의 대통령은 아니지만 법에 정해진 권한을 확실하게 수행해 나갈 각오는 돼 있다"고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