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표 전자밥통 사건.' 1980년대 초 일본으로 단체관광을 떠났던 주부들이 수입금지품이던 전기보온밥솥을 사들고 오다 부산 세관의 휴대품 검사에 걸려 사회문제화됐던 사건이다. 부유층 여성들의 빗나간 쇼핑으로 알려졌지만 일이 불거진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 일제 밥솥의 인기는 대단했다. 국내에서 전기밥솥이 나온 건 1980년.밥하는 동안 불을 조정하지 않아도 밥물이 끓어 넘치거나 타지 않고 저절로 뜸이 드는데다 그냥 두면 자동으로 보온까지 되는 전기밥통의 편리함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그러나 국산의 경우 솥밥보다 윤기도 덜하고 밥맛이 금방 변하는 등 품질이 형편없자 그같은 소동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달라지는 법.오늘날 일제 밥솥에 연연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99년 하반기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폐지된 뒤에도 일제 전기밥솥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외환위기 이후 압력밥솥과 전기밥솥의 기능을 합친 전기압력밥솥이 나오면서 성능이나 편의성에서 일본산을 앞선 까닭이다. 전기압력밥솥의 기능은 다양하다. 흰쌀밥 외에 현미밥 잡곡밥 등은 물론 찜과 케이크 등 다른 요리도 할 수 있다. 보통 전기밥솥으로 하는 것보다 밥도 차지고 맛있다. 하지만 써보면 겁나기도 한다. 취사 버튼을 누르면 가열되는 동안 '툭툭' 소리도 나고 뜨거운 김이 한꺼번에 빠질 때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뛰어난 쓰임새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도 인기있던 전기압력밥솥이 폭발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터진 건 일부 모델에 불과하고,LG전자의 경우 문제가 된 제품 리콜을 위해 광고와 현금보상 등 총력을 기울이는데도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소비자들이 일제 제품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 제품안전에 관한 사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제품에 사용설명서가 있지만 읽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급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빨리 열고 싶어한다. 덜컥 그냥 배달하지 말고 판매할 때 사용법을 잘 주지시키는 게 필요하다. 소비자는 왕이라거나 고객감동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