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생제로 통하는 '이미페넴'의 연간 세계 매출이 6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미페넴을 대체할 수 있는 '프리페넴'의 개발은 신약을 개발한 것과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최근 차세대 항생제인 '이미페넴'을 개량한 신약(제네릭 의약품) '프리페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외제약 황태섭 책임 연구원(42·박사)은 프리페넴 개발의 의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제네릭(generic) 의약품은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량한 것으로,효능은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 또는 그 이상이면서 가격은 오히려 저렴한 약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다국적 제약사인 MSD가 개발한 이미페넴은 97년 특허가 만료됐으나 제조기술이 까다로워 그동안 세계 어느 제약회사도 개발하지 못했다. 황 박사는 "일반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은 길어야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프리페넴은 고도의 정제기술이 필요해 연구개발에 10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프리페넴은 3년 내 연간 1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되는 의약품이다. 황 박사는 지난 94년부터 프리페넴의 개발에 나섰다. 처음에는 이미페넴의 특허기간 만료에 맞춰 프리페넴을 내놓을 계획으로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프리페넴의 원료물질이 매우 불안정해 이를 분리·정제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황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좌절하기 시작했다. "연구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결과는 나오지 않으니 정말 난감하더군요. 회사 내에서 연구를 그만두자는 이야기가 터져나오더군요." 그는 자칫하면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그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MSD사에서 중외제약의 이미페넴 판매권을 회수해버렸다. 졸지에 연간 1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이미페넴의 판매를 포기하게 된 중외제약은 프리페넴의 연구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키로 방침을 바꿨다. 황 박사는 "결과적으로 MSD사가 프리페넴의 개발을 도운 셈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밤을 꼬박 새기가 일쑤였다. 피를 말리는 노력 끝에 황 박사는 마침내 원료물질의 고도분리정제기술을 개발,프리페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연구개발비만 1백80억원을 쏟아부었다. 40여명의 연구진이 10년간 땀을 흘린 결과였다. 황 박사는 "이미페넴 공정의 합성과정을 줄여 순도를 높이고 제작비를 절감했다"며 "이미페넴보다 절반 정도 싼값에 원료물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페넴 개발에 이어 또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카바페넴 항생제인 '메로페넴'의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는 "반드시 신약개발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며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임도원·사진=김병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