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한국공포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 "페이스"가 최근 개봉된 것을 비롯 "령"(18일 개봉) "분신사바"(7월30일) "인형사"(8월중) "알포인트"(8월13일) 등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송윤아와 신현준이 주연한 '페이스'는 시신의 얼굴을 다루는 복안 전문가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스릴러 형식의 공포물로 독특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김하늘 류진이 출연한 '령'은 기억을 상실한 여대생이 죽음의 위협에 내몰리고 그녀의 친구들이 차례로 익사체로 발견되는 이야기.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는 왕따 여성이 고통에 못 이겨 죽음의 주문을 외우면 비극이 초래된다는 섬뜩한 내용이다. 또 김유미와 임은경이 주연한 '인형사'는 인형의 저주를 다뤘고 감우성이 주연한 '알포인트'는 전장에 출몰하는 귀신을 그렸다. 올해 공포영화들이 대거 제작된 것은 지난해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이 한국 공포영화 사상 최다 관객인 3백20만명을 동원한 이래 공포영화가 주류 장르로 완전히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총 6백5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던 한국 공포영화 시장은 올해 7백만~8백만명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포영화 제작비는 일반 상업영화(35억~40억원)에 비해 5억~10억원 정도 적게 들지만 여름철에 집중 개봉되는 탓에 흥행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잔혹 영상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심리 공포물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소재가 다양하고 표현의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복안(페이스) 인형(인형사) 물(령) 불(분신사바) 전쟁(알포인트) 등이 공포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알포인트'는 국내 처음으로 전쟁 공포를 다뤘다. 왕따 여성을 등장시킨 '분신사바'와 '령'은 '여고괴담' 이래 여성의 감수성에 기댄 한국 공포물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