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글을 섞어보자는 것을 그러지 말자 했다. 문장들을 손보고 싶으면 보라는 것도 그리 하지 못했다. 그래볼까 하여 교정지를 받아 오래 가지고 있었으나 그냥 그렇게 두고 보는 얼굴처럼 누추한 대로 그냥 두고보자는 마음이 굳어졌다"(개정판 서문). 소설가 신경숙(41)이 1995년 27개의 산문을 묶어 냈던 첫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문학동네 刊)에 새표지만 입혀 같은 제목으로 다시 출간했다. 시간을 타지 않는 신경숙의 산문은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읽는 마음을 흔든다. 이 산문집은 신경숙의 삶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울보 어머니, 말이 없던 아버지, 여고 때 국어선생님, 연님이 언니, 출판사에서 만난 미스리 등 기억 속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문장으로 끌어냈다. 작가는 "나는 그녀들을 쓰기 시작했다. 함께 살아 있지 못한 슬픔과, 서로 손을잡을 수 있었을 때 손을 잡아주지 못한 자책과, 사유의 부족이 그녀들을 새로이 솟아오르게 하지는 못했지만 어느날 나는 한 문장을 찾아내었다"며 공장 노동자로 일할 때 만났던 '그녀들'의 죽음과 대학 때 만난 어느 친구의 죽음 등이 그녀의 글쓰기에 영향을 끼쳤음을 밝혔다. 대학시절 최인훈, 김승옥, 이제하 등 선배들의 글을 필사(筆寫)하며 소설가를다짐했던 순간과 박경리에게 쓴 편지, "나의 이십대의 얼마간은 오정희로 인해 유지되었다"는 고백도 읽을 수 있다. 352쪽. 1만1천원.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