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세요. 값을 내려도 손님이 늘기는 커녕문 닫는 집들만 늘고 있어요" 10일 밤 10시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초로의 업주들이 업소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조명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 정작 이들이 찾는 `손님'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같은 날 밤 11시 속칭 `청량리 588'로 불리는 동대문구 전농2동 일대도 사정은마찬가지. 양 옆으로 늘어선 업소들 사이로 길게 늘어선 차량 운전자들이 짙은 화장을 한여성 접대부의 손짓을 무관심하게 바라보다가 앞차의 꽁무니를 따라 조용히 빠져나갈 뿐 손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불황의 유탄이 집창촌(集娼村)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윤락가 폐쇄 방침과 한층 강화된 경찰의 단속으로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집창촌들이 고사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화대비를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낮췄지만 그래도 굳게 닫힌 손님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소 문에는 `현금 7만원.카드 8만원'이라는 이용료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이미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 한 업주는 "업소 문에 붙어있는 정가대로 다 받고 장사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손님이 2년 전보다 3분의 2는 줄어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내국인 매출이 급감함에 따라 지난해 가을부터 받지 않았던 외국인들도 다시 드나들기 시작했다. 미아리 텍사스촌의 다른 업주는 "장사가 안되다보니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받는집들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량리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농2동 일대에서만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했다는 김모(60)씨는 "살다 살다 이렇게 사람이 없기는 처음"이라며 "정부가 굳이 강제로 폐쇄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다 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업주들의 말로는 그나마 있는 손님들도 일본.중국 관광객들뿐 한국 남자는 정말 적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업소의 미성년자 고용을 막고 위생.청결 상태를 자체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량리 자율정화위원회의 박승철 위원장은 "청량리는 업소 수가 줄거나 이용료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매출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줄었다"고 전했다. `청량리 588' 업주들은 지난해말 입구 5곳에 `100% 콘돔사용으로 성병 예방'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퇴폐 이발소 등 다른 윤락업소들과의 차별성을 내세웠지만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의 단속도 강화돼 올 1~5월 윤락행위방지법 등으로 전국에서 단속된성매매 업주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명 증가한 211명에 이르고 있다. 업주들의 권리확보를 위해 결성된 `한터' 강형국 사무국장은 "장사도 망해가는판에 국가에서 집창촌을 폐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많은 업주들이 휴게텔 등으로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