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이 휴대폰 핵심 부품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칩 생산을 한국 업체들에 맡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금년 말께부터는 한국 업체들이 퀄컴의 CDMA칩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퀄컴 브루 컨퍼런스' 하루 전인 7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난 폴 제이콥스 퀄컴 와이어리스&인터넷그룹 사장(42)은 "CDMA칩 생산을 맡기기 위해 한국 업체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콥스 사장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CDMA칩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업체들과 다각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콥스 사장은 퀄컴 창업자인 어윈 제이콥스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퀄컴의 이같은 움직임은 CDMA칩 부족으로 휴대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내수시장에서 50%대의 점유율을 지켜 왔던 삼성전자는 지난 3,4월 CDMA칩이 부족해 점유율이 40%대로 떨어지자 퀄컴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그동안 CDMA칩을 미국과 대만에서 생산해 왔으며 주로 대만 업체들로부터 OEM 방식으로 납품받아 한국 업체들에 공급해왔다. 제이콥스 사장은 또 논란을 빚고 있는 CDMA칩 로열티와 관련, "(최혜국 대우 규정에 따라) 중국과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로열티 조정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지난 4월 한ㆍ미통신전문가회의에서 타결된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협상에 대해서는 한국 기술인 위피와 퀄컴 기술인 브루가 호환할 수 있도록 타결해 서로에게 유익했다고 언급했다. 또 위피 규격을 지원하는 브루를 이미 개발해 놓았으며 내년께 한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콥스 사장은 "한때 휴대폰 제조업에 손을 댔으나 규모의 경제에서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렸고 고객과 경쟁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또 브루 개발자가 늘어나면 지난해 한국퀄컴에 세운 연구개발(R&D)센터 '브루랩'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미국)=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