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국회 개원식에서 행한 연설은 경제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 노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려면 과거식의 정경(政經)ㆍ권경(權經)유착 등 부패구조를 완전히 털어내야 하고 △'비효율 덩어리'라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와 공공부문에도 좀더 과감한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치는 이미 '시민혁명' 수준을 거쳐 상당한 정도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17대 국회가 그 결과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탄핵복귀 대국민담화에 이어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을 강조한 것은 6ㆍ5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과 정부가 4ㆍ15 총선 결과에 만족하면서 분위기가 느슨해졌고, 이에 대해 민심이 무서운 심판을 내린 만큼 공공부문부터 기강 다잡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아직 일류 정부라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국민이 만족하고 공무원 스스로도 일류라고 자부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공직자 자신이 혁신의 주체로서 변화를 주도해 가도록 함으로써 일 잘하는 정부, 신뢰받는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며 방법론까지 일부 제시했다. 또 "가지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뽑겠으며, 일시적 몰아치기 방식이 아니라 원칙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일과성 사정이 아니라 제도적인 접근으로 부패의 근원을 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24일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를 지시한데 이어, 다른 개혁은 국회 몫으로 돌리되 부패문제와 정부혁신만은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 조만간 '사정 한파'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과 재계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다면서도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을 들여다보는 분위기"라는 입장을 밝혔고, 신설되는 비리조사처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이름값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달말쯤 노 대통령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주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경찰-감사원-부패방지위(비리조사처)-청와대 민정수석실-총리실 등으로 갈라진 사정기관의 업무를 체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혁신과 관련해선 정부혁신위원회가 열쇠를 쥐고 있다. 위원회는 현재 정부조직 개편안을 검토 중이며 업무처리방식의 효율화,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업무조정, 행정문화 개선 등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17대 국회를 과거 정치와 비교하면서 4ㆍ19 이후의 5대 국회와 87년 6월항쟁 뒤 13대 국회만 '국민의 국회'라고 단언해 정치권에 파장이 예상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