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장이 불황인데도 뮤지컬 작품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뮤지컬 공급 과잉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뮤지컬시장은 연 5백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우리에 비해 시장규모가 30여배나 큰 미국 브로드웨이(1조7천억원)와 맞먹는 연 30~40편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말까지 공연된 뮤지컬(어린이 뮤지컬 제외)은 20편이었으나 이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캣츠''맘마미아''명성황후' 등 세 편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맘마미아'는 4개월간 평균 객석점유율 83%를 기록하며 20억여원의 순익을 거뒀고 '명성황후'는 7주동안 공연에서 12억원의 순익을 냈다.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캣츠'는 총 제작비 1백50억원,매출 1백80억원으로 30억원의 수익이 기대됐으나 태풍 피해와 호주팀과의 계약에서 환차손을 입어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올 여름시즌엔 '캬바레'등 17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공연계 불황 속에서 뮤지컬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는 이유는 '오페라의 유령'이 크게 성공한 이후 10여개 창투사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극소수 창투사를 제외하고 중·소형 작품에 투자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제작 붐에 편승해 최근에는 유령 공연사가 지방 순회공연을 미끼로 지방의 공연기획사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아 달아난 사기 사건까지 발생했다. 설도윤 설&컴퍼니 대표는 "국내 뮤지컬시장 규모에 비해 공연되는 작품이 너무 많아 업계 스스로 재정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충실한 사전 제작으로 작품의 질을 높여야 관객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