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天安門) 광장변에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며 서 있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지난 5일 오후 7시30분부터 이곳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클래식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선율이 울려퍼졌다.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과 중국 대외문화교류협회가 양국간 문화협정체결 10주년을 기념해 공동 주최한 '한중 클래식 빅 콘서트'. 우리의 국회의사당격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은 전국인민대표회의를 비롯한 중국정부의 중요 행사나 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콘서트가 열린 적은 있으나 한국의 예술단체가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연은 첼리스트 정명화,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테너 이현 등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기악.성악인들과 중국 국립교향악단과 합창단, 중국 유명소프라노 오비키아(吳碧霞)가 함께하는 갈라 콘서트로 꾸며졌다. 1부를 장식한 주인공은 첼리스트 정명화. 지휘자 정명훈의 명성과 더불어 중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정명화는 이날 중국 국립교향악단과 함께 드보르자크의「첼로협주곡」을 협연, 갈채를 받았다. 성악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2부는 더욱 열정적인 무대였다. 우리 성악가들은 푸치니의「잔니 스키키」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토스카」중 '별은 빛나건만', 비제의「카르멘」중 '투우사의 노래', 베르디의「라 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 등 오페라 아리아를 차례로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바리톤 고성현은 총 1만석 규모의 인민대회당을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를 이끌어냈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마지막에선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우리 성악가들과 중국 합창단이 가곡「그리운 금강산」을 우리 말로 함께 부른 것. 모두가 하나가 된듯한 순간이었다. 이어 출연자들과 관객 모두가 앙코르곡으로 중국 가곡 '조국을 노래하자'를 합창하는 것으로 공연의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날 인민대회당은 객석 총 1만석 가운데 개방을 하지 않은 3층을 제외한 1-2층6천500여석이 꽉 들어찰만큼 성황을 이뤘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현지 한국 교포들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관객 대부분은자유로운 옷차림으로 가족들과 함께 구경 온 베이징 시민들이었다. 중국에 여행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다는 네덜란드인 미케 고터(61)씨는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에서 봤던 많은 공연들보다 오늘이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며 오케스트라 마지막 단원이 무대 뒤로 사라질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 단장은 "이번 공연이 대중문화뿐 아니라 클래식에도 '한류'(韓流) 열풍을 몰고 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양국을 오가는 한중 클래식 콘서트를 계속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북한 음악가들까지 함께하는 클래식 콘서트도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