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많고 장난기 많던 농촌 소년이 최연소 민선군수를 거쳐 단숨에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으로 점프했다. 6.5 경남도지사 보선에서 집권여당 후보로 총리내정설이 돌던 김혁규(金爀珪) 전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열린우리당 장인태 후보(전 경남도 행정부지사)를여유있게 따돌린 한나라당 김태호(金台鎬.42) 당선자. 그는 초선 경남도의원 경력으로 2002년 거창군수 공천장을 받아 전국 최연소 민선 군수에 당선된 후 임기 2년 남겨 놓고 다시 당내 도지사 보선 후보 경선에 도전하는 숨가쁜 여정을 거쳐 도백자리를 거머쥐었다. 관선에다 내리 민선 3선을 역임한 김 전지사가 갑자기 지사직을 내던지고 당적까지 열린우리당으로 옮긴후 보선 출마예정자로 정치인 그룹과 함께 기초단체장 가운데 김 군수의 이름이 함께 거론 될 때만 해도 '차기'를 노리는 포석이거니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하순봉.이주영.김용균 의원 등 현역의원들이 당내 지사후보 경선 자격마저 박탈당하고 김 당선자와 송은복 김해시장, 권영상 변호사 등으로 경선구도가결정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당내 경선에서도 정통 관료 출신으로 3선인 송 시장이 유리할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김 당선자는 지난달 17일 근소한 차로 송 시장을 따돌려 파란을 일으켰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박근혜(朴槿惠)체제를 출범시킨 한나라당내 개혁분위기와 40대 초반인 김 당선자의 등장은 시기적으로 잘맞아 떨어진 것으로 당내 인사들은 분석했다. 1961년 거창군 가조면에서 3남1녀중 셋째로 태어난 김 당선자는 이웃 아주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는 어떤 방법으로든 허기를 채우고야말 정도로 붙임성이많은 소년이었고 친구가 새옷 자랑을 하면 오물을 튀길 만큼 질투심과 욕심도 많았다며 측근들은 그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초.중학교때 성적은 중간 정도로 줄곧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는 평범한 소년이었지만 거창농고를 졸업한뒤 서울대 농대에 진학할때는 잠을 4시간이상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김 당선자가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대학시절 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였고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왼팔이었던 김동영(金東英) 전장관 집에서 하숙을 하며 김전장관 아들의 가정교사를 하면서부터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김 전장관 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거물급 인사들이 자주 찾아왔고 그런 분위기는 김 전장관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던 김 당선자의 정치적 성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후 그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강두(李康斗) 의원 보좌관을 지내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 수업을 받았고 이 의원은 도의원.군수 공천에다 도지사 당선까지 든든한 후원자가 돼줬다. 도의원시절 김 당선자는 당시 김혁규 전지사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김전지사는 해외시장 개척차 외국 출장을 나갈 때면 김 도의원을 따로 챙겨 동행할 정도였다. 김 당선자도 그런 인연 때문인지 김 전지사가 탈당하자 도 홈페이지 '도지사에 바란다'란에다 글을 올려 "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던 지사님이 왜 도민들의 믿음에 상처를 주고 배신자, 왕철새라는 비난을 받아야하는지 가슴이 메어집니다. ..도민의 품으로 돌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여야로 갈라진 두 사람 가운데 김 당선자는 한나라당 경남지사 후보로 나서 김 전지사를 '배신자'로 비난하며 선거를 치렀고 총리 지명문제로 정치판에 뜨거운 이슈를 제공했던 김 전지사는 자신의 총리지명 관철을 위해서도 부산.경남지역선거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야했지만 결국 자신이 아끼던 김 당선자에 패배한 셈이됐다. 김 당선자는 도의원 4년, 군수 2년 재임 경력에다 국회의원 보좌관 경력 등이전부인 데다 40대 초반으로 광역단체장으론 경륜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도민은 '새로운 인물, 새로운 경영, 새로운 산업'을 내세운 김 당선자를 선택했다. 김 당선자는 김 전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포뮬러 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를 취소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김혁규 도정 10년'의 이벤트 행정 및 거품경영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밝히고 있어 젊은 지사를 맞는 도정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