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2천여명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수백만원씩 총 28억여원을 뜯어냈던 사기단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부동산 관련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급해지는 사업자들과 값이 싼 물건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사기수법이 난무하고 있는 것. 이들은 주로 파격 할인분양,급매물 등의 장점을 내세우거나,광고·분양대행을 책임지고 완성해준다는 식의 '립서비스'를 내세워 '먹잇감'을 찾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4월 강남에서 벌어진 '재개발 물딱지'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영세 서민들을 대상으로 '1년 이내에 강남권 재개발 예정지의 아파트 입주권을 주겠다'고 속여 철거 예정 가옥도 아닌 낡은 집들을 7천만원 상당에 팔아 총 60억원 상당을 가로 챈 것. 불황장기화에 허덕이는 건설업체의 약점을 노린 불법행위도 있다. 건설업 법인등록에 필요한 자본금과 기술인력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건설업체가 많다는 점을 악용,이런 업체만을 상대로 법인 등록 요건을 구비해주면서 그 대가를 받아 챙기는 컨설팅업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구속된 정모씨(여·54)는 전국에 자금동원능력이 없어 법인등록을 하지 못하는 건설업체가 많다는 점을 알고 사채업자 유모씨(55·구속) 공인회계사 이모씨(55·불구속) 등을 끌어들여 1백82개 소규모 건설업체를 정식 법인으로 등록시켜줬다. 검찰에 따르면 10억원 정도가 필요한 건설법인 등록이 정씨를 통하면 1천만원이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에는 10여가구 규모의 연립주택이나 1개동짜리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개발과 분양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업자들의 사기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법무법인 산하의 오민석 변호사는 "실거래가보다 40% 이상 싸게 분양한다고 해서 대행업자와 땅주인의 계약서만 믿고 분양대금을 줬는데 나중에 땅주인으로부터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됐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사례도 있다"며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사례가 최근에만 3~4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이 장기화될수록 투자수익에 대한 조기회수의 욕심을 버리고 경매와 같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급매물같은 비정상적 거래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 해밀부동산컨설팅사의 황용천 사장은 "사기를 치는 사람들의 수법은 전문가들도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며 "안면이 없는 사람과의 거래를 피하고 가급적 오래영업을 한 중개업소와 거래를 트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관우·정인설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