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병은 '공해병'이라고 한다. 오염물질로 인한 중독성 질환을 통칭 공해병으로 일컫는데,암 등의 질병처럼 그 증상이 분명치 않고 시나브로 신체를 좀먹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설령 증세가 나타난다 해도 공해물질과 병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리곤 한다. 대표적인 게 일본에서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이다. 1910년께부터 도야마현 진쯔강 유역의 주민들은 허리와 관절에 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오래 거주한 사람일 수록 고통은 더 심했다. 기침만 크게 해도 뼈가 부러질 정도였으며 뼈가 위축되어 키가 20∼30㎝씩 작아지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아프다 아프다'는 뜻의 '이타이이타이'라고 병명을 붙였을까. 이 병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무려 50년의 세월이 흐른 1968년이었다. 미쓰이그룹은 진쯔강 상류지역에서 납과 아연을 제련하는 광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곳 폐수에서 흘러나온 다량의 카드뮴이 인근지역을 오염시킨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본열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또 하나의 공해병인 미나마타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작은 어촌인 미나마타에서 1953년에 발생한 괴질은 손발을 마비시키고 언어장애를 일으키고 시야협착증상을 일으켰다. 심지어는 하늘을 날던 갈매기가 균형을 잃고 바다로 떨어지기도 했다. 근처 신일본질소 공장에서 흘러나온 수은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경남 고성에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보건환경연구원이 역학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마을 뒤편에 방치된 구리 폐광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그 원인일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일부 주민들의 피와 소변에서는 정상인보다 몇 배나 많은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한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각종 피부염과 알레르기 질환 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 '환경의 날'은 더욱 우울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