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 투자하세요.' 최근 서구에서는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기업들의 '전과기록부'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유익한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새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라는 기법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컨셉트로 각광받고 있다. 특징은 술 담배 도박 군수 등 반사회적인 기업을 배제한 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또 증시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외자유치설을 흘리고 실적을 부풀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을 현혹시킨다든지 상용화 여부가 불투명한 기술을 특허 운운하며 유혹하는 회사들도 탈락 대상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수익 문제는? '사회책임투자'(에이미 도미니 지음,구홍표 외 옮김,필맥)는 '이익을 올리면서 좋은 세상도 만드는' 두마리 토끼 잡기가 어렵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 분야 전문가이면서 실제 펀드회사를 설립한 저자는 '도미니400 사회지수'와 다우존스의 '지속가능 지수'를 운영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우량주 지수인 S&P500의 실적을 넘어서는 개가를 올렸다. 1990년 5월1일부터 2000년 4월30일까지 도미니 지수 연평균 상승률이 20.83%였던 데 비해 S&P 지수는 18.7%에 그친 것. 'SRI는 자선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감이 큰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다. 친환경적이고 친인권적인 기업은 평균적으로 그렇지 않은 곳보다 장기적으로 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주가도 더 오른다. 결국 펀드는 돈을 벌고 투자자들은 만족한다.' 이와 관련,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피트롤리엄이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도 기업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생존의 필요조건임을 일찍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베스트 10,윤리적 투자자를 위한 웹사이트 소개 등 곳곳에 이해를 돕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한국 최초로 2001년 삼성투신에서 발매됐던 에코펀드나 일부 관련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우리 환경으로서는 부럽기만 한 풍경이다. 3백4쪽,1만3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