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더 올려..쭉쭉 위로..한번 더." 3일 오전 10시 32℃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뙤약볕이 초여름의 아스팔트를 달구는 강원도 횡계 해발 800m 고지. 멀리 산자락 너머로 대관령 목장의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전원 풍경이인상적인 이 곳에서는 그러나 아테네를 향해 `무한질주'를 선언한 철각 3명이 무더위와 오르막이라는 적을 상대로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와 올림픽팀 메이트 이명승(25), 외국인 훈련 파트너존 나다사야(25.이상 삼성전자). `승부사'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횡계 읍내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올라오는 한적한 구 도로에 전용 훈련 코스를 마련하고 3㎞ 구간을 전력 질주로 10차례 왕복하도록 하는 `지옥의 셔틀 런'을 실시하며 3명의 등을 향해 비수같은 주문을연방 꽂아넣었다. "봉주, 오르막에서는 무릎을 더 높이 쳐올려야지..자꾸 처지잖아." 선수들 바로 3-4m 뒤로 따라붙고 있는 오 감독의 미니 밴에서는 차량 마이크를통해 쉴새없이 `조금 더'를 외치는 독려의 멘트가 터져나왔다. 오르막에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릎을 끌어올려 균형을 유지하면서 간결한 주법을 펼쳐야 한다는 것.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까지 생애 31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이봉주도 야속할 만큼 따가운 햇살에 어느 새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턱까지 차오른 숨은 거친 호흡으로 뿜어져 나왔다. 아테네올림픽 장도에 오르기 전까지 최적의 몸을 만드는 다단계 훈련 프로젝트에서 최대의 관건이 될 횡계에서의 3단계 지구력 훈련. 오 감독은 "이 코스는 아테네 마라톤 코스에서 승부처가 될 17-32㎞ 구간의 오르막 구간과 비슷한 지역을 뒤진 끝에 최적의 훈련지로 채택한 곳"이라며 "여기서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곧 아테네에서의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시작한 `반복 거리주'가 8회째로 접어든 순간 탄자니아출신의 페이스메이커 존 나다사야가 먼저 흐느적대기 시작했다. 더위에 약한 편인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특성 때문인지 그는 3㎞ 구간을 8번째 왕복한 뒤로는 다리가 풀렸다. "좋아, 첫 날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오 감독은 10회 반복 거리주로 총 30㎞를 소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나왔지만전날 횡계에 도착했는데 곧바로 고강도 훈련을 모두 소화하면 오히려 해로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훈련을 중단시켰다고 했다. 선글라스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미간이 꽤나 찌푸려진 듯 상당히 지친 표정을짓던 이봉주도 "정말 더위가 만만찮은 것 같다. 이런 날씨에서 처음부터 오버 트레이닝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여유를 되찾았다. 이봉주는 허리, 목, 무릎, 발목 순으로 가벼운 체조를 하며 바짝 긴장한 근육을풀어주고는 다음 날 한단계 더 높은 강도의 훈련을 다짐하며 샤워실로 향했다. (횡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