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산업의 일반적 사업여건과 장비는 우수하지만 노동여건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함께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1일 코트라(KOTRA)가 분석한 유럽연합(EU) 집행위의 `2005년 섬유.의류 자유화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사업여건, 원자재 공급능력 및 장비분야에서 5점 만점에 4점을 받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 등 주요섬유수출국 가운데 중국과 함께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품질과 디자인, 물품인도 등을 포함하는 상업여건은 3점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으며, 노동여건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같은 2점을 받아 가장 열악한 것으로EU는 평가했다. 중국은 상업여건(2점)을 제외하고 노동여건(4점), 원자재 공급력 및 장비수준(4점), 일반 사업여건(4점)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내년 섬유쿼터제 폐지 이후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EU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1999년 밀라노 프로젝트가 염색기술력 제고에 있어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브랜드 육성과 디자인 개발 면에서는 별다른성과가 없었고 `2010년 텍스타일' 전략도 실제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U는 한국이 방직 및 직조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입쿼터제 폐지 이후에도기존 우위 품목인 합성직물, 기능성 및 산업용 직물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겠지만 합성직물의 경우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계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쿼터제가 폐지되면 한국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의류이며, 방적사(yarn)와 섬유(fiber) 분야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EU는 예상했다. EU는 "한국의 R&D는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중소기업의 R&D 투자는 매우부족해 섬유산업의 미래가 비관적이며, 지금까지 실행된 R&D도 사무자동화나 공정자동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순수한 기술력 함양이나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지출되는 비용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EU는 "한국이 합성직물 수요 감소, 수입쿼터 폐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라는 도전을 극복하려면 과잉생산 해소와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R&D 투자가 확대되지 않으면 중국 등에 경쟁력을 빼앗길 수 있으며, 인조직물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EU에 해마다 15억달러 가량의 섬유 및 의류를 수출하고 있으며, 25개 품목군에 대해 수입쿼터를 부과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