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일 때 진입했다니까요"(운전자) "노란불이면 멈추셔야죠. 신호위반에 정지선위반입니다"(경찰관) 교차로와 건널목의 정지선 위반 단속 첫 날인 1일 오전 8시 강남역사거리. 파란불일 때 교차로에 진입하니 노란불로 바뀌어 어쩔 수 없이 정지선을 넘었다는 운전자와 노란불일 때 차가 진입해 위반이라는 경찰관이 승강이를 벌였다. 이어 뱅뱅사거리-교보타워 방향으로 직진을 하려던 다른 운전자가 좌회전 전용차선이 2차선까지인 줄 모르고 신호를 기다리다 좌회전 신호가 켜져 뒤차들이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자 3처선으로 차를 빼다 경찰에 적발됐다. 맨 끝차선에 서 있던 승합차 한 대는 우회전 깜박이등을 켠 뒤차에게 우회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려고 차를 앞으로 빼주다 정지선을 넘어 경찰의 계도를 받았다. 한 여성 운전자는 자신의 승용차 범퍼가 정지선에 걸치자 살짝 뒤로 차를 빼다 뒤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으며 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차가 정지선을 넘었는지 확인하는 운전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정지선 단속 강화방침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된 덕분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정지선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앞차들이 교차로에서 꼬리가 길게 늘어서 있으면 파란불인데도 교차로에 진입하지 않는 `꼬리 끊기'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했다. 단속에 나선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이 정도면 정지선을 상당히 잘 지키는 편"이라며 "교통흐름을 방해하거나 차가 완전히 정지선을 넘지 않으면 후진조치 등계도 위주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9시까지 두시간 동안 강남역 사거리에서 정지선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거나 계도를 받은 차는 10대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이 끝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신호가 바뀌기 전 슬금슬금 정지선 앞으로 나오는 예측출발이나 노란불인데도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속속 눈에 띄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정지선위반 단속 때문에 추돌사고의 위험 등 부작용도 노출됐다.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를 향해 속도를 내던 차가 노란불로 바뀌자 정지선을 지키려고 급정거를 하다보니 뒤차와 추돌사고가 날 뻔 하거나 언제 파란불이 노란불로 바뀔지 몰라 교차로에서 멈칫멈칫하는 바람에 뒤차의 운전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또 초보운전자의 경우 교차로에 진입한 뒤 파란불이 노란불로 바뀌자 정지선 단속을 의식, 교차로를 지나치지 않고 교차로 한복판에 갑자기 차를 세워 차들이 순식간에 엉키기도 했다. 불만스런 표정으로 `딱지'를 받아 든 김성춘(51)씨는 "분명히 파란불에 진입했는데 적발됐다"며 "파란불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타이머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단속에 걸린 다른 운전자는 "노란불일 때 교차로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경찰관이 잘못 봤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정지선 단속은 축구의 오프사이드 반칙처럼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범칙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신호가 바뀌는 순간에 대한 경찰관과 운전자의 상황판단이 애매한데도 단순히 정지선을 `터치'한 것 만으로 6만원을 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운전자들은 지적했다. 택시운전사 이모(42)씨는 "회사 소속 택시는 사납금을 빼면 하루 2만5천~3만원을 버는 셈인데 정지선 단속에 걸리면 하루 영업을 완전히 망치는 셈"이라며 "경찰이 실적위주의 단속보다 계도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임주영.안희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