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석유화학이 완전자본잠식으로 주식매매거래정지 위기까지 몰렸던 한국합섬에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을 다른 업체보다 싸게 공급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1일 화섬업계에 따르면 TPA 생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폴리에스터 생산업체인 한국합섬에 다른 업체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까지 TPA를 싸게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석유화학의 이 같은 지원은 한국합섬이 원가절감으로 실적을 개선,자본잠식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석유화학이 '한국합섬 살리기'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주식매매거래정지 위기에 놓였던 한국합섬이 무너질 경우 그 동안의 외상대금을 받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합섬의 매입채무는 약 7백50억원으로 이 중 상당부분이 삼성석유화학에서 공급받은 TPA 외상매입금이다. 한국합섬은 삼성석유화학 내수 매출의 20%가량(전체 매출의 14%)을 차지하고 있어 삼성석유화학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한국합섬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합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 회사는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한국합섬이 다른 업체보다 많은 물량을 사기 때문에 삼성측이 가격을 일부 깎아줬을 뿐"이라며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화섬업체들은 "명백한 불공정 거래"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화섬업체들이 급등한 원자재값에 허덕이고 있는데 한국합섬에만 저가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쟁력 없는 회사를 연명시켜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더욱 부추기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편 삼성석유화학은 한국합섬에 대한 저가공급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