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임기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여야는 오는 5일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7일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국회는 16년만에 여대야소가 된데다 초선의원 비율이 62.5%에 이를 정도로 국민들의 강렬한 변화욕구가 반영된 국회이기도 한 만큼 새롭고 밝은 정치를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극단적 대립으로 얼룩졌던 16대 국회의 악몽을 털어내고 '상생'과 '민생'의 정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우선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국민들의 기대는 상생국회,민생국회,개혁국회"라고 한 만큼 여야 모두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벌써부터 진보와 보수 노선을 둘러싸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나서는가 하면 국무총리 임명 문제를 놓고도 대충돌이 예상되는 등 앞날을 낙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이라크 파병 문제,언론 사법개혁 문제 등 민감한 과제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책임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과반 의석을 가진 강력한 여당인 만큼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밀고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국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데도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야당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타협과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함은 물론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도 안될 일이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어깨 또한 대단히 무겁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정국주도권 잡기에 집착한 나머지 견제를 위한 견제를 하거나 여당의 뒷다리를 잡는 식의 정치를 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여당의 정책도 밀어줄 것은 확실히 밀어주면서 보다 나은 정책을 개발해 승부하는 정책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여야가 특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인지에 대해 숙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 서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업인들 또한 정책의 불확실성과 노사문제 등으로 투자의욕이 밑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성장이다,분배다 하는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한다면 이에 대한 해답이 제대로 찾아질 리 없다. 여야가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 상생과 민생의 정치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