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스라엘의 다윗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나를 위해 반지를 만들어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동시에 그 글귀는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나를 구해낼 수 있어야 한다." 보석 세공인은 곧 멋진 반지를 만들었지만 반지에 새길 글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던 중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솔로몬은 바로 대답해줬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의 일화다. 세상사는 가장 좋을 때와 가장 어려울 때가 묘하게도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정부가 2002년 세계 경제 부진에도 6.3%의 고성장을 이뤘다며 자화자찬하던 대가로 우리 경제의 한 구석이 가계빚 신용불량 등으로 2년째 좀 먹고 있듯이 말이다. 권력도 마찬가지일 성싶다. 그러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하산길에 들어서고 있으며, 무사히 발을 삐지 않고 내려가면 좋겠다"(27일 연세대 특강)고 토로했다. 막 임기를 시작한 17대 국회의원들도 이제부턴 하산길처럼 조심하길 바란다. 그러나 6ㆍ5 재보궐 선거에 뒤이은 총리후보 지명은 여야간 '상생 정치'에 돌부리가 될까 우려된다. 벌써 여름 기운이 완연한 6월 문턱이다. 기온이 높아진 만큼이나 각종 이슈들도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월요일(31일)에 열릴 노사정 대토론회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노동계의 6월 투쟁에 앞서 노사대타협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7년째 끌어온 난제인 원전센터 유치신청도 이날 마감된다. 유치 희망지역이 다섯곳을 넘지만 산업자원부는 작년 부안사태로 놀란 가슴이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용천사고 복구상황이 궁금하던 참에 마침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경제협력 추진위원회(2∼5일)를 통해 소식이 전해질 것 같다. 또 분기별 한ㆍ미 통상현안 점검회의(1,2일 워싱턴)가 통신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이밖에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 관련 추진위원회(31일)와 공청회(3일)를 갖는다. 경제지표로는 5월 소비자물가(31일)와 수출입동향(1일)이 발표된다. 고유가 등 해외악재가 물가와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여겨 봐야겠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