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참여로 한결 투명해진 대종상 영화제의시상식이 다음달 4일 저녁 8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영화인들이 직접 주최하는 유일한 영화상 시상식인 대종상 영화제는 60~70년대만 해도 명실공히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수상을 둘러싼 추문과 금품로비설, 운영 미숙에 영화계 내부의 신구파 갈등과 나눠먹기식 관행 등이 겹치면서 영화팬들이 고개를 돌려상의 권위가 추락했다. 영화제가 불혹의 나이를 맞은 지난해 40회 때부터 쇄신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해 대종상은 예심 과정에서 일부 투명성 논란을 빚으며 여전히 운영 미숙을드러내긴 했지만 팬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잡음 없는 수상작 선정 결과를 내 놓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달 초 예심을 시작한 올해 영화제가 시상식을 앞두고 한층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예심 과정에서 일반인 심사위원들의 심사내용이 수치화돼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는 일반인 심사가 수치화되지 않고 리포트 형식으로 전문가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돼 참가자와 네티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예심은 6대4(전문 심사위원 대 일반 심사위원)의 비율로 일반인들이 심사에서 차지하는 몫이 아예 정해졌다. 사상 최고의 흥행작인 '태극기 휘날리며'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의외의 결과를 낳은 것도 객관적으로 점수가합산됐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영화제의 집행위원회 구성에서 영화인협회 소속 단체 외에 문호를 개방한 것도예년에 비해 대폭 달라진 점이다. 대종상은 그동안 영화인회의가 참여했던 2002년 39회 영화제를 제외하고는 영화인협회가 단독으로 주최해 왔다. 올해 집행위원회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김형준 회장과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 이사장이 포함됐으며 이충직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이효인 영상자료원장도 참여했으며 본심 심사위원 아홉명은 이들의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올해 처음 집행위원으로 참여한 한 영화인은 "한 단체가 주축이 돼서 운영되는행사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지만 대종상이 예년에 비해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 것은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 영화제측은 '붐 조성'을 위해 명보극장 앞 네거리에 조형물을 제작하고 레드 카펫 위에서 사진찍기 이벤트를 준비했지만닷새 앞으로 다가온 영화제 치고는 너무나도 조용한 모습이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매년 줄어들다가올해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1억6천700만원 수준"이라면서 "영화팬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는 7억원규모로 치러질 계획이다. 이번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최근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박찬욱)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출품작 가운데 가장 많은 11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있다. 이밖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도 작품상ㆍ감독상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전도연과 이미숙이 나란히 오르는 등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다관왕을노리고 있으며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는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9개부문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아라한-장풍대작전'(류승완)과 '장화, 홍련'(김지운)은 각각 8개 부문,'바람난 가족'(임상수)은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실미도'도 작품상과 감독상 등6개 부문에서 수상을 노린다. 한편, '범죄의 재구성'의 이문식과 천호진은 나란히 같은 영화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10년차 연기자 배용준은 영화 데뷔작 '스캔들…'로 뒤늦게 신인 남우상을 노리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