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 사업장 급증] 흑자기업ㆍ강성노조까지 확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사간 '임금 동결'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노조의 자발적인 동결 제의가 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조의 자발적인 임금 동결' 바람이 국내 노동계에도 불고 있는 것은 장기 불황에 따른 경영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투쟁을 계속할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인식이 조합원들의 가슴에 닿으면서 올해 임단협 기류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것.
일선 단위조합들은 '임금투쟁에서 일자리 유지'로 노사 협상의 초점을 옮겨 가는 추세다.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의 노조들도 '임금 동결'에 동참하는 것은 시장상황이나 워낙 불투명해 '당장 실적이 좋아도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향후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임금 동결을 결의한 것으로 알져졌다.
또 협상철만 되면 파업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던 강성 노조들이 임금 동결에 동참함으로써 '기업 부담 감소→생산성 향상'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 강성 노조도 고통 분담
지난 2002년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던 태광산업이 올해는 임금 동결이라는 노사 상생의 정신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매출 1조2천억원에 4백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올해 유가 및 원사가격 인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회사측에 제시한 것이다.
한때 창원지역에서 최강성 노조로 알려졌던 통일중공업도 최근 임금 동결과 정리해고 금지라는 '빅딜'로 임금 인상을 포기했다.
회사는 임금 협상 조기 타결 격려금으로 일인당 40만원을 지급하고 경영목표(영업이익 81억원) 달성시 성과급 3백50만원을 추가로 지급키로 했다.
◆ 임금 동결로 경영난 타개
악기 제조업체인 영창악기 노조는 장기 내수 불황으로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자 기업부담을 줄여 경영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의미에서 임금 동결에 손을 내밀었다.
그 대가로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조의 파업에 회사가 직장폐쇠를 단행할 정도로 노사 갈등이 극심했던 사업장이다.
에몬스가구는 지난 3월 인천지역에서 가장 먼저 임금을 동결한 업체다.
경영진이 부진한 회사 경영상태를 종업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자 종업원들이 흔쾌히 임금 동결을 받아들인 것.
◆ 도요타식 임금 동결
포스코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일본 도요타처럼 임금을 동결, 노사 현장에 상당한 파급이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14조3천5백93억원에 1조9천8백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최대 실적을 거뒀다.
포스코 노조측은 "내수 부진과 청년실업 증가 등의 사회적 현실을 감안하고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등을 줄이는데 동참하는 뜻에서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노조의 이번 결정은 민주노총이 올해 임금 가이드라인을 10.5%로 확정, 많은 대형 사업장들이 고율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윤기설 노동전문ㆍ김인완ㆍ김태현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