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회동을 계기로 대기업 총수들이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정치자금 수사와 재벌개혁 추진 등으로 한동안 활동을 자제해오던 총수들은 지난 25일 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경제현실에 인식을 같이하고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뛰기 시작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4개월간의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내달 1일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등 '나눔경영'과 '상생경영'을 진두 지휘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조만간 사장단 회의를 열어 이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에 앞서 27일 투자 및 채용 확대와 사회공헌 활동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키로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27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의 성과를 설명하고 시장개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8일에는 LG인화원에서 열리는 '스킬 올림픽'에 참석,혁신전문가 양성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를 강조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현장챙기기'에 나서기로 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2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세계 대리점 대회에 참석,"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들과 당당하게 명차 브랜드 경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딜러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청와대 회동에서 "세계 자동차 공급능력이 연간 6천4백만대인데 비해 수요는 4천5백만대에 불과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던 정 회장은 연구개발(R&D) 및 품질 경쟁력 강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27일 그룹 R&D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위원회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간담회에서 주된 의제로 논의된 투자 활성화와 관련,SK차원의 후속조치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리라는게 SK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SK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산업 관련 기술개발과 투자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26일 몽골을 방문,몽골정부와 협력해 몽골 관광산업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올해 시작한 대한항공 신입사원 몽골 나무심기 연수 프로그램이 사막화 및 황사 방지를 통해 동북아시아 환경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던 신격호 롯데 회장도 내달 중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국내에 할인점 5∼6곳을 추가로 개설하는 등 8천억원대 투자 계획의 진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금액과 고용 규모를 다소 늘린 새로운 투자계획을 조만간 마련키로 했다. 협력업체의 임금을 높이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한 이 회장은 내달 9일 '철의 날'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 등을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가경제 기여방안 논의를 주도할 방침이다. 박용오 두산 회장은 중공업 상사 등의 현지 지사를 챙기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나섰으며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타이어코드 공장 등 중국 사업 점검차 27일 중국 난징행 비행기를 탄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