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80여명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오후 4시30분이면 인근 쪽방에서 혼자 사는 노인 50여명에게 따뜻한 밥과 국 반찬을 담은 도시락을 배달한다. 쉼터와 '자활의 집'을 마련해 35명의 남녀 노숙자들이 재기하도록 도와주고 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몸을 의탁한 여성 10여명도 돌본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인천 계산동 해인교회의 교인수는 1백10여명. 어린이를 포함해도 1백4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다. 계산동 골목 안의 4층짜리 상가건물 3,4층에 세든 '임대교회'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이준모 담임목사(40)는 "멋진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난한 이를 돌보고 함께 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알고 뛰어들었더니 하나님께서 사람도 보내주고 물질도 보내주셨어요. 이웃을 돕는 일은 큰 교회만 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교회라도 열정만 있으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돈과 사람도 생깁니다." 해인교회의 '해인'은 '인간해방'이라는 뜻.외환위기 이후 실직자와 노숙자가 급증하자 지난 98년 교회 인근에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www.homelesshot.or.kr)을 열어 쉼터를 제공하고 자활을 돕기 시작했다. "교회 연간 재정이 3천만원이 되지 않던 시절에도 그중 10%를 떼어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쓰다 이렇게 커졌어요. 신자들에게는 십일조를 요구하면서 교회는 왜 십일조를 하지 않는지 평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나그네와 고아,과부'를 돌보면 하나님이 배로 갚아준다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지요." 지금 해인교회는 재정의 60%를 이웃에게 내놓는다. 그래도 교회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덜 먹고 덜 쓰면 된다"는 것.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도 최대한 동원한다. 해인교회는 2대의 밥차를 운영한다. 인천시에서 계양구 푸드뱅크에 제공한 1t짜리 트럭은 주로 계양구 인근 지역의 뷔페,식품회사,떡집,제과점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모으러 다닌다. 해인교회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제공한 0.45t짜리 밥차는 배달용이다. 쪽방들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노숙자 자활 프로그램도 체계적이다. 처음 오는 노숙자를 위해 밥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쉼터 2곳,또 이들의 자활을 모색하는 그룹홈 2곳 등 4곳의 노숙자 시설을 운영한다. 남성 노숙자들은 8백60평 규모의 계양구 재활용센터에서 가구 가전제품 등을 수리·판매해 월 6백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이를 밑천으로 2∼3개월에 한 가정씩 완전 자활해 독립한다. 여성 노숙자들을 위해서는 '내여람'(내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유기농 식당을 개업했다. 가톨릭농민회에서 공급받는 유기농 야채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여성 노숙자들이 설거지 청소 등을 도와주고 임금을 받는다. 이 목사는 "가난한 이,뒤처진 이와 함께 하는 것이 교회공동체의 사명"이라며 "이웃을 돕는 데에는 돈보다는 신앙,이론보다는 신앙고백이 중요하며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032)543-633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