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jung@krict.re.kr 내가 독일의 조그마한 대학도시 마르부르크에서 유학한 것은 1980년 초였다. 그 당시 학교에서 돌아오는 늦은 저녁시간이면 도시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기숙사 근처의 동네에서는 도무지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없는 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생소하던 풍경이었다. 독일 대부분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그야말로 대학생이던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아침 6시에 일어난다. 7시경에 시작된 수업은 낮 12시 정도면 끝나고,늦어도 오후 3시경이면 아이들은 모두 집에 돌아와서 놀다 저녁 7시가 되면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취미생활도,특기교육도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마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건강한 삶이라는 것,그리고 그 삶은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시간관리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하겠다. 이와 더불어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초등학생들의 용돈관리였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매주 용돈을 주고 이를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였다. 용돈은 우리 돈으로 주당 5천원 정도였으며,친구의 생일 선물조차도 자신의 용돈에서 사야 했다. 용돈의 금액은 부모들과의 약속으로 정해지지만 가정마다 거의 비슷한 수준의 용돈을 주는 것이 보편화돼 있었으며,이 용돈 관리를 통해 초등학교를 가는 6∼7세부터 경제관념을 터득하도록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독일을 방문했을 때 내 친구들이 자녀들에게 주는 용돈의 규모 또한 80년대 그들이 부모로부터 받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고 다시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들어오면 또 어떠한가. 연방국인 독일의 대학은 대부분이 주립대학으로 학비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활비인데,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경우 그 부담은 부모 몫이지만 그 밖의 경우는 주정부로부터 학비보조금을 대출받는다.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생활비로 살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대학생들로서는 소위 '더치페이'라는 생활습관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인의 미덕이라는 검약과 자기절제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리라. 우리 나라의 가정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