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넘어야만 아테네행이 보인다.' 중국과 이란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긴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이 강호 프랑스에 배수의 진을 치고 6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다. 세계랭킹 7위 한국은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중간전적 2전 전패로 알제리와 함께 최하위권에 처져 있어 25일 프랑스(4위)를 이기지 못하면 전체 1위와 아시아 1위에 주어지는 아테네 본선티켓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기 때문.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도 막강한 전력을 선보였던 프랑스는 현재 2전 전승으로 전체 1위가 유력한 데다 `다크호스' 중국이 2승으로 일본(1승1패)를 제치고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어 한국엔 최악의 상황이다. 차주현 남자대표팀 감독은 `쌍포' 김세진과 신진식, 세터 최태웅, 센터 신선호, 이선규, 리베로 여오현 등 `베스트6'를 내세워 아테네행에 도전했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과 이란전에 참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한국팀의 부진에 대해 상대에 비해 서브의 위력이 약한데다 서브 리시브도 좋지 못해 아예 공격의 시발점조차 찾지 못했고 좌우 공격수의 파워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실업에서 서브가 가장 좋다는 삼성화재를 주축으로 꾸려진 남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신선호의 스파이크 서브를 빼곤 그다지 위협을 주지 못한 데다 상대의 총알 서브에는 특급 리베로 여오현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구나 중국과 이란은 그동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아시아팀이라는 점에서 한국남자배구가 드디어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비관적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90년대를 풍미했던 공격수 김세진과 신진식의 노쇠화 기미가 뚜렷하고 이를 받쳐줄 장병철, 이형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세터 최태웅 또한 상대 수비수들에게 빤하게 읽히는 토스로 일관해 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물론 앞으로 5경기가 남아있어 한국팀의 막판 역전 투혼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차 감독 뿐 아니라 선수들도 2연패를 당한 뒤 뼈저린 자기 반성을 통해 프랑스 전을 대비한 비장한 각오를 내비쳐 이번 대회 들어 사라져버린 조직 배구의 진수를 다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상대팀들의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점도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 선수들 또한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어 쉽사리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