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2호터널을 나와서 쭉 내려 오다보면 장충체육관 로터리에서 약수역쪽으로 우회전이 안됩니다. 신라호텔 때문이죠. 세상에 호텔 편의를 위해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금지하는 게 말이 됩니까?" 택시운전사 김모(45)씨는 23일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금지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우회전을 금지하는 곳이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는 것. 김씨의 운전 경험으로는 서울 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산 2호터널을 지나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 로터리에서 약수역(동호대교) 쪽으로 우회전으로 하는 것만 금지돼있다. 김씨 생각으론 바로 우측에 있는 신라호텔에서 나와 동대문운동장역 쪽으로 직진하는 차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신라호텔에는 국빈도 많이 묵으니까 백보 양보해서 호텔에서 나오는 차량 편의를 봐주는 건 좋다"며 "그렇다면 남산 2호터널에서 나온 차들이 미리 신라호텔에 들어갔다가 약수동쪽으로 우회전할 수 있도록 신라호텔 진입로 부근에 표지판이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우회전을 할 수 없는 교차로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김씨의 상식적인 질문에 부딪쳐 지난해부터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경찰청은 최근 정광섭(鄭光燮) 경찰청 교통관리관의 지시로 19일 경찰관들을 현장에 보내 문제를 검토한 끝에 시민들이 장충체육관 로터리에서 우회전금지 표지판이 있는데도 위험을 감수한 채 불법 우회전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은 다음날 `직진신호시에만 우회전을 금지하고 다른 때에는 우회전을허용할 수 있다'는 요지의 회신을 경찰청에 보내기도 했지만 추가 검토 끝에 이를철회했다. 당초 경찰은 이곳에 우회전금지 표지판 밑에 `직진신호시'라고 적은 보조표지판을 부착할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교차로의 신호체계 문제 때문에 우회전 허용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발견된 것. 결국 김씨 제안대로 신라호텔 구내 도로를 이용하도록 하면 되지만 이 또한 국빈들이 묵고 종종 남북 장관급 회담까지 열리는 신라호텔 구내를 트럭 등이 오가는공용도로처럼 이용하도록 할 수는 없다는 점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다. 결국 `우회전이 금지되는 교차로란 있을 수 없다'는 시민들의 교통 상식과 국빈들이 묵는 호텔에다 복잡한 교차로 구조까지 겹치는 바람에 장충체육관 로터리의 위험한 `불법 우회전'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