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yoon@hanaro.com 얼마 전 텔레비전 9시 저녁 뉴스에서 '취업은 가문의 영광'이라는 타이틀로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집중 보도했다. 청년 실업이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국가의 문제가 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 됐다. 그런데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한쪽에서는 '취업난'이라고 아우성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인재난'이라고 외치니 말이다. 기업이 '핵심 인재'를 찾기 위해 고심한 것 또한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갤럽의 수석 컨설턴트인 마커스 버킹엄과 커트 코프만이 25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담고 있는 책,'먼저 모든 규칙을 깨뜨려라(First,break all the rules)'는 바로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백만명의 직장인에게 물었다. '재능 있는 직원들이 직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결론은 간단했다. 유능한 직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뛰어난 관리자를 필요로 하며,그런 관리자일수록 직원들의 재능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란 말이 있다.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기업들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유능한 직원이라면 자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헌신할 것이라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능한 직원이 과연 누구냐 하는 점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페미니스트들은 말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 표현한다.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기술과 지식만으로 인재를 '판독'하는 것은 이미 낡은 방식이 되어 버렸다. 직원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런 개개인의 재능에 맞춰 동기를 부여하는 것,그것이 바로 오늘날 기업이 인재를 찾을 수 있는 비법이다. 지난 3월이었다. 퇴근을 하고 신입사원 20명과 함께 호프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이제 막 사회에 걸음마를 시작하는 초보 샐러리맨들이라 최고경영자와의 미팅이 부담스러울만도 한데 이들은 이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즉석에서 내게 과감한 질문공세를 퍼붓기도 하고 썰렁한 농담을 스스럼없이 건네 오기도 했다. 이들과의 첫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나는 슬며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발견(發見)과 발명(發明)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재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인재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인재를 발명한다는 뜻과 같다. 인재를 찾아 외부로만 돌렸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자. 기업의 '발명'을 기다리는 무수한 인재들이 바로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