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불법자금 모금 개입 의혹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상대로 불입건처리하면서 정치적 형평성을 맞추느라 고심한 흔적을 보였다. 검찰은 장수천 채무 변제와 관련, 노 대통령에 대해 다소 `애매한' 불입건 결정을 내렸고 거액의 불법자금 보관을 지시한 이 전 총재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뒷맛이 남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해선 개인돈 일부가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 제공됐지만 직접 여기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입건 조치했다. 그러나 삼성이 이회장의 개인돈으로 구입했다는 800억원대 무기명 채권과 관련, 이를 직접 구입한 핵심 참고인 2명에 대해 내사중지 결정을 내려 수사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 盧-昌 처리 결과 = 검찰은 이날 수사발표에서 노 대통령 처리 부분에 대해서는 작년 12월29일 중간 수사발표 당시 밝힌 입장으로 대신하겠다며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검찰은 장수천 빚변제와 관련, "대통령 직무수행이 계속돼야 하며 관련자 조사로도 충분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어 `지금은' 조사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당시 "노 대통령이 2002년 5월과 7월 안희정씨 등에게 선봉술씨 등이 장수천 채무변제로 입은 손실을 보전해주도록 추상적으로 얘기하면서 당시 부산 선대위 보관금 2억5천만원을 재원으로 특정해서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혀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선대위 보관금 2억5천만원을 빼내 장수천 빚변제로 손실을 본 선씨에게 제공한 혐의(횡령)로 최씨를 기소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논리에 따르면 공범 여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경우 퇴임 이후 검찰 조사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긴 어려워 귀추가 주목된다. 이 전 총재에 대한 검찰의 처리도 다소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불법모금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해도 이 전 총재가 대선 잔여금 154억원을 서정우 변호사에 맡겨 보관토록 김영일 의원에게 지시한 사실을 밝혀진 이상 면책이 최선의 결정이었느냐는 논란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총재가 채권의 보관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익을 취한 것이 없고 직접 불법자금을 수령하거나 보관하지 않아 가벌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로 불입건 조치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총재가 154억원이라는 거액을 그것도 기업에 모금한 불법자금이라는 명확한 인식이라는 갖고 보관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너무 봐준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총재가 2003년 2월초 미국으로 출국 직전 서씨를 통해 받은 3억원 수표가 불법 대선자금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이 돈을 받으면서 불법자금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금세탁법으로 처벌할 수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총재가 서씨에게 채권을 맡긴 시점은 자신의 출국보다 앞선 1월이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 전 총재가 그 돈의 정체를 몰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 삼성 채권 수사 `불씨' =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노 대통령과 이 전 총재를 제외하고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한나라당에 340억원, 노캠프에 0억원을 제공했던 삼성에 대한 처벌 수위 및 범위였다. 삼성이 정치권에 제공한 370억원은 LG, 현대차, SK에서 여야 각 캠프에 제공한 불법자금을 합한 총액과 맞먹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처벌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은 불법자금 출처에 대해 통상적인 기업 비자금이 아닌 이 회장의 개인돈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주장에 의심을 품고 자금추적을 벌였지만 삼성측의 해명을 깨뜨리지 못했다. 검찰은 정치권 불법자금 제공에 직접 개입한 이학수 삼성 구조본 부회장을 상대로 이 회장에게 사전 혹은 사후에 이 사실을 보고했는지 여부를 추궁했지만 이 부회장이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는 것. 검찰은 삼성이 800억원 상당의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한 단서를 잡고 자금추적을 벌였지만 이 부회장은 자신이 전권을 갖고 이 회장의 개인돈을 관리하면서 채권을 구입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출국한 김모씨 등 2명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자금출처 및 용처가 새롭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삼성 채권 구입에 관여한 이들 핵심 참고인 2명에 대해 내사중지 결정을 내려 언제든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