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기피' 첫 무죄선고 ‥ 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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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 3명에 대해 법원이 그 동안의 판례를 깨고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병무청은 그러나 병역거부권을 종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인정하지 않기로 해 이를 둘러싼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모씨(22)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종교 신자로서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23)씨와 예비군 소집 훈련을 거부한 황모씨(32)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양심의 자유는 사법기관이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받아들여져온 그 동안의 판례를 깨고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규약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국제규약 해석=재판부는 판결에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대해 "신앙의 자유,사상의 자유와 별개 조항으로 독립시킨 우리 헌법의 취지는 인간 내심의 자유,가치판단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리의 명확한 확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가 되고 인간 내심의 영역에 국가권력의 불가침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불가결한 것이 돼왔던 정신활동의 자유를 보다 완전히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달 19일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결의안과 국제인권규약 B규약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53개 이사국은 유엔 인권위에서 캐나다와 영국 등을 포함한 34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이 결의안을 총의로 통과시켰다.
◆'이념적 자유' 논쟁 불거질듯=최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2월 현재 5백21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국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9년 최초의 처벌 기록이 보고된 이래 지금까지 병역 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1만여명에 달한다.
재판부는 특히 첨단 과학 무기와 장비가 주도하는 현대전 양상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납세의 의무나 교육의 의무를 거부하거나 국가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안보를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혀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란에도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