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25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가 이번 모임을 상징적인 자리가 아니라 실무를 토론하는 자리로 규정한데다 내용도 구체적인 투자활성화 및 고용확대 방안으로 제한해 놓은 상태여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재계 총수간 이번 만남은 여느 때와는 달리 구체적인 투자활성화 방안과 고용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이에 따른 재계의 애로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상징적인 의미보다 실질적인 토론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덕담을 나누면서 투자와 고용확대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수준에서 벗어나 투자를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정책과 규제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토론해보자는 게 청와대 측의 요구다. 따라서 재계도 이번 회동을 대통령에게 경제 실상을 전달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총수들이 경제를 살리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 기업 경영과정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고충을 토로하기에 앞서 기업 총수들은 대통령에게 뭔가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모처럼 성사된 청와대 모임인 만큼 정부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 기획 담당부서는 25일 청와대 회동에 앞서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나타난 법적 걸림돌을 정리하는 한편 투자를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알려진 투자 계획을 다시 거론하는 것으로는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재계는 그러나 △금융사 의결권제한 문제 △출자총액 제한 △공정위 계좌추적권 연장 등 재벌 개혁과 직결된 갈등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할 전망이다. 사안 자체가 미묘한 데다 자칫 개혁에 거스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과 관련,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시간을 두고 노사가 함께 노력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예정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경쟁력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는 정황을 설명하고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이 자칫 고용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전망이다. 비정규직과 별도로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은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말까지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그룹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할 예정인 경제단체장들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고 이것 없이는 노사간 대화도 어렵다"는 노 대통령의 시장 개혁 관련 인식에 공감을 표하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도 다질 예정이다. 25일 청와대 만남에는 해외에 머물고 있는 일부 그룹 회장을 제외한 주요 그룹 총수 17명과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등 2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측 인사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김대환 노동부 장관,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하게 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