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영박물관이 기획한 '실크로드' 전시를 계기로 약 1천년 전 동서양을 연결해주는 무역통로였던 이 길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그 옛날 지금의 이란에서 중앙 아시아를 거쳐 중국까지 연결되는 이 실크로드를통해 직물과 향신료, 보석 같은 상품들이 동서양을 오갔다. 역사가들은 이 길을 통해 사상과 기술, 신앙이 전파됐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서쪽끝 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실크로드는 건조한 사막지대를 통과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 곳을 오가던 종이와 옷감 같은 썩기 쉬운 물건들이 일단 모래속에 묻히면 수세기동안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다. 대영박물관의 실크로드 전시품들은 주로 헝가리 태생의 탐험가 마크 오렐 스테인 경이 1900년에서 1930년까지 수차례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발굴했던 유물이다. 스테인 경이 발견한 가장 놀라운 유적은 서기 약 1천년께 봉쇄됐던 중국 간쑤성(甘肅省) 둔황(敦煌) 석굴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석굴에서 나온 수천점의 문서와 서한 가운데 이른바 '금강경'은 서기 868년 중국어로 만들어진 목판인쇄본으로 제작시기를 알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로 꼽힌다. 전시품 가운데는 이러한 보물 유물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따라 살았던 서민들의 생활과 기호를 알 수 있는 여러가지 물품과 문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에 해당하는 소그디아나에서 발견된 한 편지에는당시 남편에게 버림받아 중국가정의 하녀로 일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한이 담겨 있다. 서기 4세기 초에 씌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는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기보다 차라리 개나 돼지의 아내가 되겠다"고 적고 있다. 대영박물관의 전시기획자 수전 휫필드는 이번 전시는 당시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막 모래속에서 오랫동안 숨겨져 있다 빛을보게된 많은 유적들이 "당시 인간생활의 단편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옛날 유적 이외에 스테인 경의 탐험활동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문서들도 전시됐다. 스테인 경은 어린 시절 알렉산더 대왕의 활약상을 다룬 책을읽은 후부터 실크로드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스테인 경이 그렇게 오랫동안 탐험했던 이 지역에는 현재 옛 소련 붕괴 이후 보다 더 많은 국제적 관심이 집중돼 있다. 중앙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중동지역 사이에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에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은 무역중심지로서의 이 지역의 위상을높였다. 지난달에는 세계 23개국이 일본에서 터키를 연결하는 거대한 고속도로망을 만드는 계획, 이른바 "새로운 실크로드" 건설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