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직무복귀 이후 17일 처음 주재한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재계 의견을 반영한 시장개혁과 규제완화를 지시해 주목을 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회의 참석자들에게 출자총액 제한 및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정부와 재계간에 대립하고 있는 시장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인 추진일정은 재계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서도 "투자장애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완화는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을 찾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5일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경제위기론으로 상황을 과장하지 말라"며 강력한 개혁 조치를 예고했던 노 대통령이 재계 의견 수렴을 당부하는 등 완화된 입장을 보인 배경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업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고(高)유가 쇼크가 몰아닥치는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을 때까지만 해도 주식시장 동향을 제대로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증시가 연일 '붕락' 수준으로 내려앉고 있는 상황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경제위기 등 불안소지가 있는지 예방적으로 챙길 것"을 당부하면서 노사관계, 중소기업 자금난,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폭 확대 등 개별 경제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의 의견을 무시하는 강경책 일변도로는 정책의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사관계에서 '대타협을 통해 균형된 조정안'을 강조하면서 관련된 모든 부처가 노사 양측을 설득하라고 재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회의에는 이헌재 부총리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박승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측에서는 김우식 비서실장과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박봉흠 정책실장, 김영주 정책기획수석, 이원덕 사회정책수석, 조윤제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