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사로서 예비접촉을 주관했던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이 17일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대북협상 비화를 공개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 심리 공판에서 "6.15 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 이유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일성 시신 참배를요구해 이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통상 외국인은 북한에 들어가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하게 돼있는데 당시 예비접촉 합의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배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며"이때문에 김 전 대통령께서 심하게 질책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민관식 전 국회부의장도 이 문제로 사무실로 찾아와 "장관,대통령이 북에 가셔서 참배 하나 안하나?"라고 물었고 박 전 장관이 "절대 안합니다"라고 답하자 "대한민국 만세!"라며 돌아갔다는 것. 묘소 참배를 강력히 요구하는 북측에 대해 우리측이 난색을 표하자 당시 평양에먼저 들어가 방송보도를 준비하던 방송기자들이 억류되기에 이르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측의 거부 의사에도 북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려 성남공항으로 향했다. 성남공항에 도착해 임동원 전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통해 "북측이 평양에 일단들어와서 참배 문제를 협상하자는 전문을 보내왔다"는 보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은북에 도착해서도 그 문제를 계속 협상했다. 박 전 장관은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제가 협상하는 중에 `내가 우리정부를 대표해서 참배하고 남한에 돌아가 사표를 낸 뒤 구속당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거부당했고 한광옥 비서실장까지 참배하겠다고 해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다음날 아침 송호경 부위원장이 만나자고 하더니 `상부에말씀드리니 참배를 안해도 되게 됐다'고 말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특검 조사기간 언론 등에서는 송금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을 했고 저는 특검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라고 진술했다"며 "역사와 민족을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0년과 추징금 147억5천200여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