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대통령직에 복귀,사실상 집권 2기를 시작했다.


대통령을 둘러싼 여건과 환경은 지난 1년여 동안보다 오히려 좋다.


총선을 거쳐 여대야소(與大野小)로 국면이 바뀌었고, 앞으로 4년 동안은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전국적인 선거도 없다.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헌재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재신임을 받은 만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그러나 복권의 영광보다는 앞길이 험난하다.


경제와 정치,민생과 사회분야에서는 현안이 산처럼 쌓여있다.


정치권은 이념 논쟁이 한창이고 정부 또한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내부 갈등만 키워왔다.


장관들끼리 목청을 높이고 사회세력들도 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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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막강한 리더십이 국가경쟁력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인지,개혁과 분배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신권위주의로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나라의 진로와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경제는 중국 쇼크·유가 충격의 직격탄을 맞아 요동치고 있고 가계·기업 경기 역시 가라앉고 있다.


◆막강한 대통령될 듯


노무현 대통령은 단순히 여대야소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여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이념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데다 정치권 전체의 이념적 분포가 다양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구심점 혹은 균형추로서 대통령의 권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결코 갖지 못했던 구도다.


일부에서는 전국 규모 선거가 없기 때문에 공천권 등을 통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지만 역시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누구보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덜 받을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허다한 이해 갈등에 대해서도 이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급한 노선 정리


역시 경제 정책에 대한 혼선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에워싼 대립부터 해소해야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재계의 요구가 일부 수용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단순히 타협적인 수습이 아니라 기업가들을 북돋우고 기업들이 투자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공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보다 심화된 시장경제 체제의 비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 친화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세제 지원으로 투자와 고용을 증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해 앞으로의 방향에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1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밝혔듯이 강력한 성장이야말로 분배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범정부 차원에서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새 총리 임명이나 청와대 개편,그리고 개각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어중간한 인물을 뒤섞어 놓아 외견상으로는 통합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분열을 낳는 선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정쟁은 잊어야


노 대통령은 탄핵 한 달째인 지난달 11일 기자들과 등산을 하면서 "사생결단식 대결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국민들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큰 흐름이 협력과 상생의 정치,대화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15일 발표할 담화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먼저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들의 요구 역시 상생의 정치였다.


당면한 작은 선거들에서는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2기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