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시리아 제재에 당사국인 시리아는 물론 주변 아랍국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3일 미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반발하면서자국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추방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거부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제재 단행 이틀만인 이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신문, 방송사 중견 언론인들과 회견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미국이 제재 단행 이유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가 시리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시리아가 외국인 무장세력들의 이라크 월경을묵인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증거가 없다고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추방을 요구하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는 테러단체가 아니며 이스라엘에 의해 추방된 합법 단체라는 인식을 되풀이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시리아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무장단체원들의 이라크 밀입국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또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있고 시리아에는 없다면서 이스라엘에 의해 추방돼 쫓겨온 정치 대변인들이 있을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들을 팔레스타인지역으로 추방하면 이스라엘에 의해 투옥될것이라며 "우리는 사람을 내쫓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중동정책에 관한 견해를 피력하면서 미국과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역설했다. 그는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되찾기 위한추후 협상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역할에 변함없는기대를 걸었다. 그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시리아는 여전히 일상적인 생활을 지속할 것이지만 특히 중동 및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의 회견에 앞서 파루크 알-샤라 시리아 외무장관도 일방적인 제재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측에 "건설적이고 객관적인 대화"를 제의했다. 시리아는 미국의 제재를 의식한 듯 지난 3월 유혈충돌 당시 체포한 쿠르드족 주민 200명을 이날 석방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식품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물품의 수출 중단과 미국내 특정 시리아 자산의 동결, 미국-시리아간 항공운항 제한 등 제재조치를내렸다. 시리아 언론은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미국의 대 시리아 제재를 환영한다고 말한 지 하루만에 제재가 단행된 사실을 지적, 이스라엘이 미국을 부추겼다고비난했다. 한편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분노와 반발이 주변 아랍국들로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의 협력체인 아랍연맹 12일 미국의 제재는 "아랍인들이 갈망하는안정과 평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킬뿐이라고 비판했다. 아흐마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제재와 협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쿠웨이트의 셰이크 모하마드 알-사바흐 외무장관도 미국의 결정이 올바른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랫동안 시리아의 정치,군사적 영향을 받아온 레바논의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제재의 시기와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스라엘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시리아의 최장기 복역 정치범인 리아드 알-투르크도 서방언론과의 회견에서 "테러를 종식시키고 싶다면 국제적인 조직을 통해 해야 한다"며 미국은 일방적인 제재를 내릴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