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심판을 내린다. 탄핵 소추가 기각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 국회의 탄핵 결의 이후의 '식물' 상태를 마감하고 두달여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직무 복귀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노 대통령 앞에는 민생과 경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최근의 3대 쇼크(중국 쇼크, 미국 금리쇼크, 오일쇼크)는 국내 경제구조와 금융시장 기반이 지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놓고 있는 터다. 더구나 공허한 성장ㆍ분배 논란이 증폭되고 개혁 방향을 둘러싼 혼선이 가중되면서 각 정치 세력들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조차 각 장관들이 적지않은 갈등 양상을 드러내는 등 이념과 정책을 둘러싼 혼란은 극에 달해 있다. 당ㆍ정ㆍ청(여당ㆍ정부ㆍ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처 협의도 끝나지 않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발표되고 당정은 뒤늦게 속도를 늦추는 내용을 골자로 재검토를 거론하는 형국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논의도 불충분한데 국무회의 상정부터 시도하는 식으로 내각이 사분오열돼 있다. 한쪽에선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선 강력한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식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국민과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 돼 있다. 업무에 복귀하는 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논란을 매듭짓고 다시 '일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당ㆍ정ㆍ청간 역할 분담도 명확해야 한다. 마침 제주에선 15일 3천여명의 국제 금융계 거물들과 신용평가회사, 해외 언론이 참여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개막된다. 공교롭게 같은 날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다. 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13일 제주 ADB 연차총회 세미나에서 "노 대통령이 복직하면 참여정부가 견지해온 시장경제 비전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지금 흔들리고(주가 급락), 추락하고(소비ㆍ투자부진 가속), 텅비어 가는(산업공동화) '빈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아니다. 탄핵 문제의 매듭이 난마처럼 얽힌 혼란을 정리하고 매듭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