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폭등하면서 국내 기업에도 본격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일부 비수익 노선에 대한 운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가 하면 해운사들은 사업계획의 전면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유화업계는 조업단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동차업계는 내수판매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가 폭등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물류비 인상 등 간접적인 피해까지 가중되면서 당장 수익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채산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내수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상경영 체제 돌입 항공사들은 국제 유가가 40달러선을 넘나들자 운항횟수 축소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비상경영 시나리오에 따라 비수익노선 운항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일부 노선의 운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사들은 전체 비용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당초 예상했던 10%선에서 12∼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이미 실행에 들어간 2분기 사업계획부터 전면 재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평균 연료유 가격을 t당 1백56∼1백60달러로 잡고 사업계획을 짰으나 최근 싱가포르 부산 로테르담 등 주요 항구에서 판매되는 연료유 가격이 t당 1백82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연간 3백6만t의 연료유를 사용하는 한진해운의 경우 현재 유가가 지속된다면 연간 5천7백만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분기는 비수기여서 유가가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며 "추가 부담의 80∼90%는 운임에 반영해 만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연초 계획보다 연료유 가격이 t당 20달러 이상 높게 형성됨에 따라 1천9백만달러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자동차가 내수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한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판매목표를 낮춰잡고 '허리띠 조르기식 경영'에 착수했다. ◆운임·제품값 줄줄이 인상 항공·해운사들은 유가급등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미 할증료를 운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은 지난 4월부터 태평양항로의 유가 할증료로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백30달러를 부과해온데 이어 고유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도 지난달 1백20원씩 부과하던 1kg당 유가할증료를 이달부터는 1백80원으로 50%나 올려 받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할증료와 별도로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선사와 하주간 연간 운임협상에서 당초 예상보다 인상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국제 유가가 오르는 대로 제품 값에 인상분을 반영하고 있지만 자칫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주일만에 나프타가격은 t당 27달러가 뛰었는데 제품가격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수출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만약 고유가 사태가 수개월 장기화될 경우 공장가동 중단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고유가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부품값과 운송비 등이 올라 제품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유가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병일·이심기·류시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