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ks@hhi.co.kr 친구,일,재산,성욕,지위,미래,희망…. 독일의 시성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하고 난 만년에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차례로 든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사라져가고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의 첫째가 건강이 아닐까 한다. 나는 부모님이 모두 40이 넘으신 후에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는 몸이 약하고 잔병이 많은 편이었다. 늦게 태어난 데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였고,해방 후엔 6·25 전쟁이 터져 섭생을 못했기 때문이다. 동네 어른들은 가끔 어린이들을 모아 왕복 4km쯤 되는 곳을 달리는 시합을 벌였는데,어찌된 일인지 나는 두세 살 위의 형들을 제치고 항상 1착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들어와 "아버지,제가 잘 뛰나 봐요"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부친께서는 "이놈아! 당연하지.내가 마라톤 선수였는데" 하시는 것이었다. 달리기를 잘 하는 것은 집안의 내력이다. 형들도 고등학교 때 전교 달리기 대회에서 항상 1등을 했다. 부친께서는 평소 건강과 체력을 강조하셨다. 어릴 때부터 직접 데리고 다니며 야외활동을 시키셨다. 이것이 오늘날 내가 달리기,등산,수영,스키 등 각종 운동과 야외활동을 즐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달리기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세계 어느 곳으로 출장을 가도 조깅 신발과 옷은 꼭 가지고 간다. 회사에서도 '환상의 코스'라고 하는 방파제를 달린다. 평소 점심시간이나 저녁 때 직원들과 함께 10∼15km를 달리고,주말에는 더 많이 달린다. 각종 마라톤 시합에 참가해 1년에 풀코스를 5번 이상,많을 땐 10번 정도 완주한다. 달리기는 좋은 점이 많지만 나는 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예로 든다. 첫째,경제적이고 서민적인 운동이다. 신발하고 팬티만 있으면 된다. 둘째,모든 운동의 기초이고 공정한 운동이다. 복잡한 규칙이 필요없고 잘 달리기만 하면 된다. 셋째,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1백5리를 달리는 마라톤과 경영,더 나아가 인생살이는 비슷한 점이 많다. 도중에 많은 역경을 겪게 되지만 인내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