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휴대폰 금지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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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휴대전화의 소음을 실감한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벨소리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누군가와 통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켜 시장바닥을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을 해야 하는 학교 강의실과 전자파에 노출된 첨단기기가 즐비한 병원,음악공연장에서조차 휴대전화의 폐해를 쉽게 경험한다.
통신왕국으로 불리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타인의 불편과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이같은 소음공해를 두고 누군가가 '대한민국은 통화 중'이라고 비꼬았다.
이는 불확실한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항상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혼자라는 고독을 견디지 못해 '어떤 사람과 같이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휴대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화예절을 강조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소음공해방지를 위해 휴대폰의 공공장소 반입을 금지하는가 하면 일정한 장소에 보관토록 조치한다.
음식점에는 금연표지처럼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그림을 그려놓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10대들의 휴대폰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실정이다.
휴대폰 사용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일부 학교에서 휴대폰 소지를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김해교육청은 최근 열린 초·중학교 교장협의회에서 학생들이 등교시 휴대전화를 들고 오지 못하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학교 자체적으로 이를 시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크게 훼손된 면학분위기를 개선해 보겠다는 궁여지책이다.
이 같은 조치를 공공장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면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통신에 대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친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으며,또 한편에서는 공공의 편의와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대폰소음은 공해수준을 넘어 소음폭력으로까지 얘기되고 있으나,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휴대폰만한 게 없다.
다만 "물건을 너무 좋아하면 마음을 다친다"는 말을 한번쯤 새겼으면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